[노화욱 칼럼] 생매장의 현장에서 …

전 충청북도 정무부지사(現 극동대 석좌교수)

충북넷 | 기사입력 2011/03/07 [13:32]

[노화욱 칼럼] 생매장의 현장에서 …

전 충청북도 정무부지사(現 극동대 석좌교수)

충북넷 | 입력 : 2011/03/07 [13:32]

 

 

 

 

 

 

 

 

 

 

 

▲ 노화욱 전 충청북도 정무부지사(現 극동대 석좌교수).
가축 동물의 홀로코스트 350만.
 
한반도 역사에 이런 유례가 있었던가?

생명체에 내려진 대재앙의 뉴스가 해를 넘기고 매장 가축은 이 땅에 새로운 지층을 이룰 지경이다.

무심인가 체념인가, 그런데도 세상은 도대체 진정한 두려움과 이성적 분노가 없다.
 
"아이고, 교수님 차마 볼 것이 못 됩니다. 제발 오지 마세요."

그건 생명인데 … 전국의 매몰 현장이 벌써 4천여 곳을 넘어서고 있다지 않은가.

"여보게, 그래도 꼭 가 봐야겠네" 지속된 외면이 자신에게 차마 부끄러워 집을 나섰다. 

나는 지옥의 유령처럼 하얀 위생복을 덧 입었다.
 
두려운 마음으로 충격의 현장에 섰다.
 
실려온 돼지들은 포클레인에 떠밀려 야산에 미리 파놓은 좁은 구덩이 속으로 떨어졌다.
 
공포에 질린 돼지들의 처절한 절규는 인간들을 향한 저주로 밖에 들리지 않았다.
 
단말마의 비명이 겨울 하늘을 찢어 놓는 그곳은 참으로 목불인견의 아비규환이었고 대웅전 감로탱으로 상상하던 생지옥이 그곳에 실존해 있었다.
 
오, 신이여 당신도 지금 여기를 내려다 보고 계시나요?
 
천지불인 성인불인(天地不仁 聖人不仁).
 
도덕경의 이 아득한 말씀에 무너지는 혼돈의 섭리를 맡겨야 할지.
 
내 안에 전율하는 감성과 이성을 붙들고서 나는 도무지 그 자리에 더 이상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만상이 떠오르고 만감이 교차했다. 제 2차 세계대전 중의 홀로코스트가 생각났다.
 
인간은 총과 가스로 죽인 주검을 매장하는 데 비해 가축은 산 생명을 그대로 매장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생명체에도 과연 영혼이 존재하는 것일까.
 
있다면 이 원혼들의 저주를 인간들이 어찌 다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식량이에요. 동물성 단백질의 상품 아닙니까? 오염된 식자재를 땅속에 묻은 거라 생각하세요."

동행한 이들이 애써 내뱉은 자위의 넋두리는 입김처럼 공허하기만 하다. 

매장이 모든 것을 다 덮어줄 수 있을까? 해빙이 되면 무너지는 토사와 여름에 쏱아질 비를 어찌하랴.
 
우리는 지하수를 타고 흘러 강물에 희석된 저 침출수를 고스란히 마시게 되리라.
 
그리고 탄저병과 같은 새로운 질병의 재앙을 두려워 해야하는 계절을 맞게 되리라.

해적들의 사살을 진두 지휘하던 정의로운 대통령께서는 이 엄청난 문제의 현장에는 왜 나와 보지 않는 것일까?
 
불현듯 '견우미견양(見牛未見羊)'의 고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맹자는 측은지심을 '인(仁)의 근본'이라고 했다.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의 교훈을 넘어 인기있는 현장만 쫓는 정치인들에겐 공허한 얘기이다.
 
재앙의 원인으로 현자는 인간의 탐욕과 공장식 사육방법을 비난한다.
 
여론은 정부의 초동대처 미숙을 지목한다. 우리의 음식문화를 돌아보자.
 
80년대 이후 한국의 육류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소고기 수입문제가 참여정부 내내 국가 간 외교통상의 최고 쟁점이 되고 갓 출범한 정권마저 무너질뻔 했던 나라가 또 있었던가.
 
동물성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한 세계식량자원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이 근본적 원인은 개인의 식생활습관에서 출발한다.
 
쇠고기국에 담긴 한점의 고기에 감사하던 때가 불과 언제였던가. 
 
이처럼 무절제한 육류소비가 어찌 생명의 가치와 충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구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식량의 세배를 생산하고도 이른바 '애그플레이션'이 또다시 세계경제의 위기를 부르고 있다.
 
증산은 새로운 모순과 또 다른 화를 부른다.
 
이제 이 땅 위에 인간의 절제와 모든 생명존중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는 가히 절망적일 것이다.
 
때마침 미 캘리포니아 대학의 생물학 연구진이 지구의 6번째 대멸종을 예고 했다. 
 
이 모순과 혼돈의 끝은 어디 인가. 결국 인간이란 동물의 진화된 문명과 섭생이 근본 문제일 것이다.

내가 환경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 생명을 외칠 도덕성이 있는가?
 
채식주의자의 영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참으로 위대하다.
 
그 실천만으로도 인간세상에 존경 받을만한 가치가 충분하지 않은가.

돌아오는 길 내내 가슴속을 에고 벼리던 원초적 질문 하나가 하얀 머릿속을 온통 지배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이 화두가 내 삶에 신열이 되어 다시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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