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 산업, '적장'아베가 준 절호의 기회"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장(전 충북도경제부지사) 인터뷰

충북넷 | 기사입력 2019/07/11 [22:23]

"한국 반도체 산업, '적장'아베가 준 절호의 기회"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장(전 충북도경제부지사) 인터뷰

충북넷 | 입력 : 2019/07/11 [22:23]

 

 하이닉스 임원을 거쳐 충북도 경제부지사를 역임한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회장은 "한국의 반도체 산업, '적장'아베가 준 절호의 기회"라며 이를 살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반도체 산업현장에서, 정책 현장에서, 그리고 대학에서 반도체 산업을 겪고 있는 그가 일본 수출규제 강화로 비상이  걸린 반도체 산업에 대해 오히려 "아베가 만들어준 기회"라고 말한다.

 

 '머니투데이 인터뷰' 기사를 전재한다. <편집자 주>

 

  

 일본 수출규제 강화로 반도체 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노화욱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회장(전 하이닉스반도체 전무·극동대 석좌교수)은 "적장(敵將) 아베가 만들어 준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노 회장은 11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역설적이지만 지난 수십 년간 대통령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어떤 협회도 하지 못한 일, 우리나라 반도체 생태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뒤집어 선진화시킬 수 있는 최고의 계기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마련해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발족한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에는 반도체 학계·산업계 관계자 300여명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세계 반도체 1위 국가'라는 간판에 가려져 있는 후진적 소재·장비·부품산업 육성과 건강한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노 회장은 "반도체 분야 산업 생태계는 반도체 칩 메이커(소자업체)인 두 대기업(삼성전자 (46,500원 상승950 2.1%), SK하이닉스과 이를 받쳐주는 후방산업으로 구성돼 있는데 국민들이나 정부는 반도체라고 하면 오로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 안다"며 "모든 생산과 연구에 대한 경제적 실익도 두 회사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기술은 수백가지의 소재, 장비, 수천가지의 부품이 협업을 통해 형성된다"며 "칩메이커가 새로운 신기술과 제품을 만들어내면 그 공정에 들어가는 장비·소재·부품 관련 수백개 회사들이 그것에 맞춰 함께 신기술을 개발해야 하는데 (칩메이커가) 문을 잘 열어주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 후방업체들이 신제품을 만들고 성능을 테스트하는 과정도 어렵지만, 그것을 실제 제품에 테스트해보는 게 특히 어렵다"며 "소자업체들은 리스크(위험)를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껏 일본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우리 소재·장비 업체들이 충분히 성장 잠재력을 갖췄다고 힘주어 말했다. 

 

노 회장은 "후방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평생동안 일했던 기술 갖고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회사를 만든다. 그 생태계가 국내에 엄청나다"고 전했다. 이들은 기술력을 갖춰도 납품 기회를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여서 수년간 납품 기회를 타진하다 도산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노 회장은 "그들은 모두 지금의 반도체 1위를 만들어온 사람들이다. 기회가 안 주어져서 그렇지 충분히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극단적인 말일 수 있지만 지금 이 사태로 타격을 입는다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게 자업자득이다. 30년 동안 일본 회사에 90% 의존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꼬집었다. 

 

노 회장은 우리나라 의존도가 가장 높은 일본 중소업체 TOK를 사례로 들었다. 그는 "1927년 페인트 도료를 만드는 중소업체였는데 일본 반도체 회사를 파트너로 맞이해 R&D(연구개발) 한 결과 오늘날 최첨단 극자외선(EUV) 공정에 사용되는 포토레지스트를 만드는 회사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세회로를 만드는 건 사활을 건 싸움이라 소재와 장비가 모두 첨단화돼야 하니 오랜 시간 기술 노하우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거의 그렇게 해왔다"며 "우린 빠른 시간 내에 일본을 따로잡으려다 보니 일본이 이미 개발해놓은 것을 사는 방식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후반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 반도체 회사가 무너졌는데도 소재업체가 경쟁력을 유지한 데에는 역설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도움이 컸다. 노 회장은 "일본 소재업체들은 대만 TSMC, 삼성, 하이닉스와 공동개발하며 경쟁력을 키워왔다"며 "일본에서 칩메이커가 다 쓰러져서 없어졌는데도 독점적 기술을 키워 무기화할 조건을 갖추게 됐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일본 소재업체를 키워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과거 10년 주기로 장비·소재·부품 국산화 지원방안을 내놨으나 실질적인 행동은 없었다고 노 회장은 평가했다. 그는 "이번엔 10년 전과는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며 "전제조건은 삼성, SK하이닉스의 경영철학의 변화"라고 단언했다. 중소기업을 도와준다는 시혜적 접근은 옳지 않고, 대외변수로 인한 위험에서 기업의 생존을 위해 산업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단 조언이다. 

 

그는 "이병철 삼성 회장이 과거 한국과 일본이 세계 반도체 개발 경쟁을 할 때 '절대 한 비행기에 연구인력을 다 태우지 말라'고 했다. 혹시나 사고시 회사의 미래가 없어지기 때문"이라며 "사람뿐 아니라 모든 공정과 기술도 안정화를 위해 다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중소·중견 소재·장비 업체들이 반도체 프로세스 개발에 공동으로 이용할수 있는 '종합연구소' 설립을 제안했다. 그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라인을 세우고 테스트하는 데 시간과 비용이 든다"며 "정부가 테스트베드를 만들거나 두 대기업의 연구용 팹에서 공동연구를 하도록 세제를 지원해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1977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후 1984년부터 2005년까지 현대전자와 하이닉스에서 일했다. 이후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충북 경제부지사를 지냈으며 2009년부터 극동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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