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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매력이 사라져 버린 추억 속의 마을

(주)하나이엔지 이재용 대표

충북넷 2018년 10월 23일 화요일
웹출고시간 : 2018.10.23 17:28:00           최종수정 : 2018.10.23 17:46:44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끌기 위한 방안으로 국내 관광 산업이 크게 발전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는 관광객 유치를 위해 볼거리 먹을거리 체험거리등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개발하며 관광객 모시기에 고군분투하고 있다.

화려한 건물, 편리한 시설, 재미 거리등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들이 더해지며 지역이 갖고 있던 특색들이 희미해져 간다. 그러다 보니 요즘 각 지역의 모습은 가는 곳마다 비슷한 인상을 준다.

시대의 변화야 어쩔 수 없겠지만 지켜야 할 자연의 아름다움마저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본래의 자연환경이 변하는 모습은 아쉽기만 하다. 필자도 얼마 전 이러한 상황을 목격하고 아쉬워 한 바 있다.

남자라면 누구에게나 군대에서 잊지 못할 추억 한 두 가지는 있을 것이다. 그 추억이 좋던 싫든 간에 말이다.

지금부터 37년 전 필자는 병기장교로 육군 소위(ROTC19기)로 임관해 1군 전체를 관할하는 폭발물 처리반장의 직책을 수행했다.

폭발물 처리 반은 군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발탄, 불량탄을 수거해 처리하는 것이 주 임무다.

1군 전체를 관장하다 보니 강원도 곳곳의 군부대를 오갔다. 그러던 중 81년도 가을 어느 날 양구 펀치볼(양구군 해안면)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부대로 불발탄 수거를 위한 출동 명령이 떨어져 출동하는 일이 있었다.

양구에서 펀치볼로 가려면 돌산령을 넘어야 했다. 그렇게 오르게 된 돌산령 정상에서 필자는 현실 세계와는 너무도 다른 광경을 목격했다.

그 지역은 민통선 북방에 위치하고 있어 지레 긴장감을 감돌게 하는 곳이었다. 하지만 처음 목격한 펀치볼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다.

황금물결로 일렁이는 들판은 평화로움을 넘어 황홀감마저 들게 했다. 그 광경에 매료돼 한 참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전역 후에 꼭 한번 다시 찾겠다는 다짐 후에나 발길을 옮길 수 있었다.

시간이 흘러 전역을 했고 일상에 파묻혀 살다 보니 그때의 다짐은 뒷전으로 밀려나 오랜 시간 이행되지 못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가을이 되면 그곳을 향한 그리움이 점점 커져갔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바로 행동에 옮겼다. 오랜 시간이 흘렀기에 미리 관련 정보도 입수하고 가는 방법도 공부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지난 9월 29일 아침 7시. 추억의 여행을 시작했다. 청주에서 출발해 먼저 두타연에 들렸다. 그곳은 군에 있을 때 한 두 차례 작전상 스쳐 지났던 곳이었다.

그 시절 민간인 통제초소였던 자리는 현재 탤런트 소지섭 갤러리로 바뀌어 있었다.

두타연 폭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평화누리 길을 걸어 금강산 진입로까지 갔다가 되돌아와 두타연 폭포를 둘러봤다.

그렇게 두타연의 관광을 마치고 37년 동안 가슴에 간직한 추억을 만나러 펀치볼로 향했다. 가슴은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듯 기대 반 설렘 반으로 콩닥거렸다. 돌산령 정상에서 펀치볼을 내려다볼 수 있는 곳까지 차를 끌고 이동했다.

목적지에 이르러 설레는 가슴으로 차에서 내린 뒤 펀치볼 들판을 내려다봤다.
그런데... 황금물결이 일렁일 것이라 생각했던 그곳은 더 이상 예전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지 않았다.

대신 인삼밭의 검은 가림막과 비닐하우스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황홀감을 선사했던 그 광경은 이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인 듯했다. 허탈함 속에서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졌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으니 지난 3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그 모습을 간직하고 있길 바란 생각 자체가 무리였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 감동을 느낄 수 없음에 안타까움이 커졌다. 지금의 펀치볼은 시래기 생산지로 유명한 지역이 되었고, 또한 사과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발전을 위한 변신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먼 미래를 위해 그 지역의 아름다움을 지키며 동반 발전할 수 있는 설계 또한 고민해 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각 지역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많이 보유한 나라다. 그런데 그 자연 광경들이 발전이라는 명목 하에 하나씩 사라지고 변형돼 가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종종 접하곤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모든 것을 다 지킬 수는 없을 테다. 다만 지역 발전을 위한 계획에는 반드시 지역특색을 살릴 수 있는 설계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결국 그것이 관광 산업의 큰 밑받침이 될 것이며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연의 아름다움보다 더 깊은 감명을 남기는 것은 없다. 또한 그보다 더 짙은 매력도 없다.

자기만의 매력을 유지하는 지역들이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에 추억으로 떠났던 여행후기를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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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지전망대에서 바라 본 펀치볼/ 이재용 대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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