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 사람이 없다

민경명 | 기사입력 2005/06/23 [08:06]

지역에 사람이 없다

민경명 | 입력 : 2005/06/23 [08:06]
올해 상반기 공채를 실시한 기업들의 경쟁률이 1백2대 1을 넘어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대변해 주는 수치다.
청년실업률은 줄곧 8% 안팎에서 유지되고 있어 지난 4월에도 7.8%를 나타냈다.

그렇지만 이렇게 청년 실업자는 많은데 한편에서는 필요한 인재가 없다고 난리다. 1백2대 1의 경쟁률은 잘나가는 대기업의 얘기이고 중소기업은 사람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술적으론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아이러니다. 청년 실업자입장에서는 놀면 놀았지 중소기업에는 안가겠다는 것일 수 있고 기업입장에서는 필요한 인재가 없다는 해석을 할 수도 있다.

이는 사회 각 부문에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가 취업시장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102대1의 경쟁을 뚫으려고 나선 취업 희망자들은 대기업만 쳐다보고 있고 나머지 수십만명은 그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보이는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으니 중소기업, 특히 지방 소재 기업들의 구인 애로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젊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정도는 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준이다. 필자는 이번 1학기에 모 대학에서 교양과목 강의를 하면서 각자 자신의 인생계획서를 써보라는 특별한 숙제를 냈다. 20년 전 대학시절 교양과목 시간에 ‘인생계획서’를 써내라는 리포트를 받고 당시 내가 살아갈 인생에 대해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새로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리포트를 낸 300여명의 학생 중 50% 이상이 전공을 불문하고 장래 희망직업으로 공무원을 꼽고 있었고 1학년부터 그 준비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짐작은 했지만 그 정도에 아연했다. 한편으로는 졸업을 늦춰서라도 외국 유학 또는 배낭여행을 하나의 과정으로 여기는 그들이 부러웠다.

어쨌든 이 지역에서 뿌리를 박고 지역사회를 이끌 지방인재들이 공무원 시험에 매달려 있고 일단의 경력자들은 서울 또는 대기업에서 흡수해 버리니 지방 중소기업이나 지역사회의 인재난은 깊어갈 수밖에 없다.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앞세워 지방 나름의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갖가지 정책들로 지역발전을 위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지만 인재의 중앙 또는 대기업 쏠림에 의해 나타나는 인재 양극화를 방치하고서는 정책 구두선에 불과하다.

연속적 파장에 의해 중간이 존재하는 아날로그와 달리 0과 1이라는 두개의 신호체계에 의해 형성되는 디지털 기술시대의 속성상 양극화는 사회 전반에 걸쳐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런 점에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의 정책 기조들이 추진되고 있는 이때 0과 1의 영역 중에서 지역 나름의 1의 영역을 가꾸기 위한 지역 혁신 노력들이 배가되어야 한다. 그것은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유지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 민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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