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가 수상하다 수상해…”

이름만 있고 실체 없는 어정쩡한 존재

임철의 | 기사입력 2007/03/29 [07:00]

“세종시가 수상하다 수상해…”

이름만 있고 실체 없는 어정쩡한 존재

임철의 | 입력 : 2007/03/29 [07:00]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 완화 등 국가의 장기발전 밑그림을 그리는 차원에서 현 정부가 최대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이하 행복도시) 건설사업이 건설특별법 마련-건설예정지 규정-세종시 명칭 부여에 이어 드디어 올 착공에 들어가는 등 일정 부문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세종시의 △법적 지위 △행정구역 △도시의 종류(명칭) 확정 등 가장 중요한 절차가 계속 지연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연내 만들기로 한 세종시의 ‘헌법’ 제정 계속 지연

세종시의 법적 지위와 행정구역을 규정하는 법은 세종시의 정체성을 최상위 차원에서 규범하는 ‘헌법’과도 같은 존재인데도, 이 법의 제정이 주변지역 주민의 반대, 충남과 충북의 동상이몽, 정권말기 증후군, 올 최대 정치일정인 대선이라는 겹겹의 변수에 둘러싸여 계속 늦어질 조짐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세종시에게는 영원한 운명계시록과도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관련 법안 제정이 방향성을 잃고 장기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언젠가 태어나기는 하겠지만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지 모르는 출산 전의 아이에게 이름만 붙여놓고 마냥 기다리는 형국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시행정 전문가들은 “세종시의 법적 지위 문제는 △정부직할의 광역자치단체로 할 것인지, 아니면 △충남도 관할의 기초자치단체로 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정부직할의 지방행정기관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으로 중차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 이들은 “행복도시의 행정구역 설정 역시 행복도시건설 특별법이 1차적으로 규정한 대로 △예정지역 만으로 획정하는 방안을 비롯, △‘예정지역+주변지역’으로 획정하거나 △‘예정+주변지역+인접지역’을 포함해서 획정(劃定)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역이냐 기초냐?”

도시의 종류(명칭)와 관련해서도 ‘세종’이라는 고유명사 뒤에 △행정특별시 △특별행정시 △특별자치시 △행정특례시 등 여러 이름이 고려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충북넷 취재 결과 이처럼 중요한 관련 법률안의 제정 절차가 올 들어 무슨 연유인지 계속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최근 충남도와 행자부가 보이고 있는 석연찮은 태도가 특히 그렇다.

충남도는 이틀전인 지난 27일 충남을 방문한 박명재 행자부장관에게 지역 현안을 보고하면서 “행정도시의 법적 지위 등에 관한 논의를 2009년 이후로 유보해 달라”고 건의했고, 박 장관은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충남도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대전지역 언론은 보도했다.
액면대로라면 행자부와 충남도가 관련법 논의 시점을 늦추는 쪽으로 보폭을 맞추어 가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한 대목.

#건설청은 2007년까지 입법 계획
충남도․행자부는 최대한 늦추자?

충남도와 행자부의 이런 태도는 그동안 세종시를 광역시로 상정하고 시간표까지 내부적으로 짠 뒤 업무를 추진해온 행정중심복합도시(행복도시)건설청의 기존 입장과 크게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행복도시건설청은 지난해 12월 행복도시의 이름으로 ‘세종’을 확정하면서 “내년(2007년) 입법 예정인 ’행정도시의 명칭․지위 및 행정구역 등에 관한 법률‘에서 행정도시의 명칭으로 공식 사용할 계획”이라고 관련법안의 입법 시한을 2007년으로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행복도시건설청은 세종시 명명 확정이전인 지난해 9월에 이미 중앙대 산학협력단 국가정책연구소에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 올 2월 납품 받기로 결정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관련용역 납품 2월→3월→4월 계속 연기
행자부 “3월”↔ 중앙대 “4월”

하지만 문제의 용역결과는 3월말로 한 달간 납품기한이 연기된 데 이어, 최근 또다시 4월로 연기된 것으로 밝혀졌다.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지난 26일 충북넷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용역결과 납품 기한을 ‘3월’ 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있는 중앙대 국가정책연구소 측은 “관련용역 납품기한이 당초 2월에서 3월로 한달 연기됐다가 최근 4월로 재차 연기됐다”고 행자부의 설명과 다른 진술을 했다.

행자부 관계자는 “세종시의 법적 지위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중앙대에 의뢰, 현재 진행 중으로 당초 2월까지 납품받으려 했지만 각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보다 폭넓게 수렴할 필요가 있어 3월말로 연기했다”고 했다.

어느 쪽이 진실을 얘기하고 있느냐는 점은 둘째 치고 관련법안 제정을 위한 기초절차인 용역납품부터 계속 지연되면 올해 안으로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행복도시 건설청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농후해 진다.

#충북도의 이해할 수 없는 ‘여유’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문제는 충북도의 인식이 다급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충북도는 “하루빨리 세종시의 법적 지위 등이 확정되는 걸 우리는 바라고 있다”고 원론적인 말만 할 뿐 최근 이 사안에 대해 긴박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어떤 정황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리적으로 세종시를 둘러싸고 있는 입장인 만큼 되도록 세종시를 자신의 품에 안으려는 충남도의 원모심려와 충북도의 무지에 가까운 무관심, 나아가 불투명한 정부의 의지 속에서 관련 법률제정 작업이 계속 늦어지고 있는 데 대해 홍재형 열린우리당 의원 측은 “참여정부가 최대 역점사업인 세종시를 도시설계 전문가가 아닌 화가 수준에서 ‘큰 그림’ 몇 장 그려보다가 중단한 채 차기 정부에게 ‘붓’을 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염려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세종이 광역시가 되어야 하는 이유’ 참조>

#대선-‘임기 말’ 겹쳐 올 제정 불투명

27일 충남 방문 때 행자부와 충남도가 나눈 의미심장한 발언도 그렇지만 올해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자치단체들의 엇갈리는 이해와 주민반발, 수도권의 냉담한 반응 등 온갖 저항과 난관을 헤쳐 나갈 의지를 임기 말 정부가 보여줄 수 있을 지 갈수록 짙은 회의가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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