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외투(外投)' 벗어버려라”

국내업체 내쫓는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임철의 | 기사입력 2007/04/10 [06:07]

“철 지난 '외투(外投)' 벗어버려라”

국내업체 내쫓는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임철의 | 입력 : 2007/04/10 [06:07]
#오창 이어 오송에도 ‘외투’(外投) 입히려는 충북도 .


충북도가 오창에서 사실상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받는 외국인투자지역(일명 외투․外投)지정 정책을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에도 그대로 적용하면서 숱한 마찰과 부작용을 낳고 있어 정책의 적정성을 놓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국내 생명공학 및 건강식품 제조업계와 토지공사를 대행해 오송단지 조성공사를 맡고 있는 건설업체 등 이해당사자들은 “충북도가 오창에 끼워 맞춰 입히긴 했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외투’(外投)를 오송에도 덮어씌우려하고 있다”며 시대에 맞지 않는 ‘철 지난 외투’는 과감히 벗어던질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정책타성에 빠져 폐해 양산”

정책 타성에 빠진 채 기업하기 좋은 충북, 경제특별도 실현 등 장밋빛 구호만 요란하게 내걸지 말고 변화하는 시대 흐름을 직시, 더 이상 어처구니없는 행정 ‘재앙’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충북도는 2002년 11월 6일자로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외국인투자지역 24만 7000평을 지정했다. 오창의 총 생산시설 용지 79만 9000평의 31%에 육박하는 면적이다.

그런데 이중에서 5만 2000평 이상이 5년 가까이 빈터로 방치되고 있다. 50년간 무상임대라는 파격적 조건을 내걸어도 들어오려는 외국인투자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수백억 쏟고 효과는 ‘쥐꼬리’?

충북도는 외투지역 지정을 위해 땅을 매입한 뒤 외국인투자기업에게 50년간 무상임대-세금감면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느라 2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 부은 상태다. 사실 무상임대와 세금감면에 따른 미래 기회비용을 포함하면 실제론 이보다 훨씬 큰 규모다.

그런데도 대대적인 투자에 따른 실적은 상대적으로 초라하기 그지없다. 2006년 10월 현재 오창 외투지역 현황을 보면 입주기업 10개사에 고용 인구는 556명 밖에 안 된다.

하지만 국내업체들은 사정이 전혀 다르다. 돈다발을 싸들고 오창에 들어오고 싶어 하지만 땅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믿을 수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오창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LG화학 등 큰 기업체가 오창에 둥지를 튼 이후 협력업체들의 입주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땅이 없어 들어오지 못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청원군이 최근 오창 2차 산업단지 조성에 나서려는 것도 오창 입주를 희망하는 국내 기업체가 많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반증”이라며 “2차 산단이 완공되면 용지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이지만 그때까지 상당한 입주지체가 불가피, 결과적으로 지방정부 스스로 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오창에 200억 오송에 430억

사정이 이러한 데도 충북도가 겉만 번지르르한 속빈 강정 식의 기업유치 전략을 버리지 못하고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에도 문제의 외투지역 지정 정책을 2005년부터 3년째 추진하고 있어 논란을 자초하고 있는 것.

충북도는 2005년부터 총 50만 9000평에 이르는 오송 내 생산시설 용지 중 약 18%인 11만 4000평을 외투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관련 작업을 진행해 오다가 9일 9만 1000평으로 2만여평 줄여 예정지역을 확정했다.

충북도 투자유치팀 고세웅 사무관은 “당초 계획보다 면적을 약간 줄여 오송 내 9만 1000평을 외투 예정지역으로 지정했다”며 “이를 위해 평당 약 50만원씩 총 430억원(도비 25% 국비 75%)을 들여 곧 부지 매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외투지역 효과 엄청난 데 무슨 소리”-충북도의 당당한 반박

한편 권영동 충북도투자유치팀장은 ‘외투지역 지정과 관련해 비판여론이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 질문에 “금시초문이다. 외투지역에 대한 외국투자기업의 관심이 대단하다. 이처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데 무슨 소리냐”고 말해 일선 기업 현장의 목소리와 큰 괴리를 보였다.

이처럼 충북도가 2005년 이후 3년째 외투지역 지정 작업에 나서면서 오송 산업단지 부지를 일찌감치 매입한 뒤 이 곳에 본사를 이전하려던 업체의 발목을 잡는 등 정책 폐해가 심각하게 발생해 온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관련기사 '분통터지네 정말'-서흥캅셀의 사례 참조>

외투지역 지정문제에 막혀 몇 년 째 오송 투자를 확정짓지 못해 베트남과 미국으로 일부 생산시설을 빼내가는 등 자발적으로 찾아온 국내 기업을 사실상 내쫓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

이해 기업들과 경제계는 “성공 가능성과 투자대비 효과의 실질성이 불투명한 외국인투자 유치에 매달리느라 정책 에너지와 예산을 낭비하지 말고 뛰어난 입지 여건 때문에 서로 들어오려는 국내 기업체들을 엄선, 수용하는 게 오히려 이득일 것”이라고 충북도의 정책노선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외투지역 지정 목적은...
첨단기술 이전 효과 등 노린 것이지만 효과 별무
“국내기업 수준 높아진 데다 들어올 외국기업 없어”

외투지역 지정은 첨단기술 및 선진 경영기법 이전을 통해 국내기업들의 기술개발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촉진함으로써 고용창출은 물론 미래성장기반을 강화하자는 목적에서 만들어진 정책이다.

하지만 국내 산업발전 수준과 기술축적의 정도가 선진국 문턱에 다다른 상황에서 외투지역 지정을 통해 노리던 이런 효과들을 현실적으로 기대하기란 거의 불가능해졌다는 게 기업들의 대체적인 목소리다.

“대규모 외국인투자를 유치함으로써 경제발전의 토대를 확대하자는 것은 좋은 얘기지만 인건비 상승 등 여러 요인으로 중국으로 빠져나가는 국내기업이 많아 제조업 공동화를 걱정해야 하는 우리 형편에 국내업체 보호는커녕 외투지역 지정으로 오히려 홀대를 한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더구나 “모두가 선망하는 알토란같은 외국기업들은 인건비가 비싼 한국에 정작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외화내빈’ 형의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정책은 탄력적으로 재고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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