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외투지구? 없애 없애!"

충북과 '확'다른 대전시-정책실패 자인 외투지구 과감히 폐기

임철의 | 기사입력 2007/04/13 [06:13]

"허울뿐인 외투지구? 없애 없애!"

충북과 '확'다른 대전시-정책실패 자인 외투지구 과감히 폐기

임철의 | 입력 : 2007/04/13 [06:13]
지난달 7일. 대전시 청사 기자회견장.
박성효 대전시장은 비장한 표정이었다.
“설날 잘 먹으려고 굶다가 설날 아침에 죽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짙은 메타포(metaphor)속에 박 시장과 대전시의 고심이 고스란히 묻어 나왔다. 당시 상황을 전하는 대전․충남 지역 언론의 기사를 보면 그는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산업용지 공급에 대해 설명하며 언론의 이해를 구하려 애썼다고 한다.

박 시장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다름 아니라 충북에서도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외국인투자지역 지정문제. 박 시장은 이날 “대덕테크노밸리 내 외국인 전용단지를 전면 해제한다”는 깜짝 놀랄 방침을 발표했다.

#“외투지구에 목 맬 이유가 없었다”

그는 대전에 국내 기업체들을 위한 산업용지가 부족한데 엄청난 면적을 외국인투자단지로 묶어 놓고 들어오지도 않는 외국기업을 기다리고 앉아 있을 수만 없다는 뜻을 밝히려 서두에 설날 운운하며 에둘러 말문을 연 것이었다.

정책선회로 시정실패에 대한 비난 여론이 쏟아지지 않을 까 우려되는 상항이었지만, 대전시는 정작 정책실패가 가져올 폐해를 더 우려한 것이다.

이날 박 시장이 한 말과 외국인 투자지역과 관련해 대전시가 결단을 내린 정책결정 배경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명분보다는 실리추구

--대전시는 대덕테크노밸리 내 외국인전용단지를 전면 해제키로 했다. 이는 명분보다 실리를 선택한 것이다. 지역기업이 공장용지가 없어 대전을 떠나는 마당에 ‘산업용지 타령’만 하다가는 외국기업 유치는커녕 국내기업도 유치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다.

외국인투자 유치, 산업용지 조성 등 주요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당장의 비난을 모면하는 것 보다 큰 틀에서 지역의 산업정책이 조속히 제자리를 찾는 게 더 중요하다는 대승적 판단이 있었던 것이다.--

대전시 대덕특구지원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전은 충북보다도 산업용지가 부족하다. 지난해 말 대기업 용지 4만6000㎡를 공매했을 때 무려 159개 업체가 몰려 들었다. 하지만 부지가 비좁아 14개 기업 밖에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과연 테크노밸리 내 외투지역을 그대로 방치하는 게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고심이 컸다”고 충북넷 기자에게 말했다.

#대전시, “그나마 MOU 체결한 기업의 투자의지도 불투명”

그는 “대전시는 2004년 외국인전용단지 4만 5860평을 마련해 놓았지만 외국인투자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심해 왔다”고 했다. 대덕테크노밸리 내 외국인전용단지는 대전시가 지구지정 해제를 밝힌 3월 초 현재 3만 3000㎡만 외국기업과 입주협약 MOU가 체결돼 있을 뿐 나머지 부지는 기약 없이 주인을 기다리는 형국.

더욱이 양해각서를 체결한 외국기업들이라고 해도 실제 입주를 위해 투자를 할 것인지 불투명한 상태였다는 게 대전시의 판단이었다고 한다. 2004년 일본 IT기업인 아리스넷과 300만 달러, 일본 AIS사와 500만 달러 투자유치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

대전시의 외투지역 지정 해제라는 결단의 배경에는 이 뿐 아니라 투자유치 대상 외국기업들의 기술수준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된 정황도 들어있다.

#외투기업의 기술수준에도 의문이 제기

대전시 안팎에서는 “일본 기업인 아리스넷과 AIS사 정도의 기술력을 가진 업체는 국내에도 수두룩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는 게 현지 언론의 전언이다. 한 언론은 “지난해 양해각서를 체결한 미국계 기업 이넥심(INEXIM)사의 경우 인조잔디를 만드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오창에서 절반의 실패를 이미 맛본 충북도가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에도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과 관련, “대전시의 미래지향적이고 솔직한 정책 반성 및 방향전환이 정작 필요한 곳은 충북도”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충북도는 “그건 대전시의 사정일 뿐 충북의 사정은 아니지 않느냐”며 “충북은 외국인투자기업들이 서로 들어오려고 해 어느 기업에게 부지를 내줘야할 지 고민할 정도”라고 말했다.

#“외투기업 온다면 언제든 문호 개방”

대전시는 테크노밸리 내 외국인전용단지를 국내기업 용지로 전환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그렇다고 외국인투자유치를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외국투자기업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대덕특구 내 부지를 활용해 추후에 지정하면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