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명 노조원 문제 안 끝났다

노조와 회사 모두 안아야 할 문제

임철의 | 기사입력 2007/05/03 [16:11]

[초점] 제명 노조원 문제 안 끝났다

노조와 회사 모두 안아야 할 문제

임철의 | 입력 : 2007/05/03 [16:11]

하이닉스 매그나칩 옛 하청노조 문제가 2년 반을 끌어온 소모적 분규 끝에 해결된 것은 괄목할만한 사태진전으로 쌍수를 들어 환영할 만 하다.

그러나 꼬이고 꼬인 난제가 풀리게 됐다는 점에서 갖는 소회가 일단 그렇다는 것일 뿐, 이번 사태가 여기까지 흘러오게 된 과정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씁쓸함과 함께 회의감 마저 느끼게 된다.

충북넷은 이미 지난 4월 26일자 ‘하이닉스-매그나칩 옛 하청노조 문제 물꼬 텄다’는 특종보도에 이어 이번 사태가 합의안을 도출하기까지 이토록 오래 끌어야만 했는지, 아울러 노조투쟁과정에서 노-노 갈등 사태가 벌어져 제명된 24명의 노조원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인지 하는 데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 바 있다. <충북넷 같은 날짜의 ‘이렇게 오래 끌어야 했나’ 기사 참조>

이 기사는 타 언론에서 확대재생산하며 주요하게 취급할 만큼 공명을 이끌어냈지만 아직 메아리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구체적으로 해결된 문제는 전혀 없다. 더구나 결자해지 차원에서 제명된 노조원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옛 하청노조 집행부의 반응은 과문한 탓인지 아직 접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이닉스나 매그나칩에서도 뒷짐 지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인본적 노동운동의 가치 버리지 말아야

노조 운동의 출발점과 지향점이 ‘인간다운 삶의 보장’이라는 가치에 모아져 있는 것이라면 이래선 곤란하다. 노선갈등이야 때로 있을 수 있는 문제이지만 모처럼 어렵게 합의해 낸 해결책이 제명된 노조원들에게만 혜택의 손길을 외면해 버린다면 비인간적이다.

그런 점에서 노조 집행부는 이들 문제를 정면에서 떠맡아야 할 책임이 있다. 회사 측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책임의 일차적 소재는 뭐니 해도 노조에 있다.

특히 노조집행부는 “투쟁의 방법론과 방향 등 전략에 있어서 실패했다”는 제명 노조원들의 비판을 근거 없는 ‘비난’으로만 치부해선 곤란하다. 제명된 노조원들은 이렇게 외친다.

# "이런 정도의 합의안이었다면..."

“지난해 노조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사회단체에서 20차례에 가깝게 중재를 섰다. 그때 나온 안은 25억원의 위로금 지급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그것이 32억원으로 7억원 늘었다. 분명 노조로서는 큰 성과라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그때 보상금 지급안을 수용하자고 한 우리는 제명됐고, 끝까지 투쟁의 선명성을 지킨다며 원직복귀를 요구한 노조원들은 1년 뒤 32억원으로 다소 두툼해진 봉투를 손에 쥐게 되었다. 우리와 그들의 차이가 얼마나 큰 지는 몰라도 지금 양자의 형편은 이토록 선연하게 갈라져 있다. 원직복귀를 주장하던 그들은 돈을 받아들고, 당시 사태의 조기해결을 위해 타협정신을 발휘해 위로금 지급안을 받아들이자고 했던 우리들은 노조에서 제명된 데 이어 이번 합의안에 의해 어떤 혜택도 받지 못한 채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했다. 더구나 사태 장기화로 우리 사회가 치른 기회비용과 불신의 증폭 등 부작용은 돈으로 계산할 수도 없지 않은가.”

한 제명 조합원은 “이번 합의안의 실제 내용을 보면 지난해 회사 측에서 제시한 안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없다”며 “당시 회사에서는 생수 납품권과 사무용품 납품권을 제시했고, 추후에 커피자판기 운영권까지 주겠다는 구두 상 약속까지 했는데도 모두 걷어차 버렸다”고 노조 집행부의 당시 강경일변도 투쟁노선을 지적했다. 한 조합원은 사무용품 납품권만 해도 1년에 수십억원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때 ‘전부 아니면 전무’라는 초강경 투쟁자세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구조가 노조에 살아 있었더라면 노-노 갈등에 따른 24명의 제명 사태도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사회의 시각은 또 다른 곳에 머물러 있다.
그것은 하이닉스와 매그나칩에서도 이젠 분위기를 추스른 다음 24명의 제명 조합원 문제를 어떤 식으로든 보듬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의식에 가 있다.

회사가 이들을 돌보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느 사업장에서든 노동운동이 노조 내부에서부터 합리성을 키워나가리라고 기대할 수 없게 되는 건 불문가지다. 이번 사태가 24명의 제명 조합원들만 빼놓고 나머지 노조원과 회사측과의 계약관계에 머물러 소위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게 되면 우리나라 노사관계에는 “끝까지 싸우면 다 된다”는 시대착오적 신화만을 고착시킬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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