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마음대로 30층을 올려준다구?"

우여곡절 끝 뒤늦게 '30층' 결정난 이유-대전지방국토청이 노기를 분출한 사연

임철의 | 기사입력 2007/05/23 [13:55]

"누구 마음대로 30층을 올려준다구?"

우여곡절 끝 뒤늦게 '30층' 결정난 이유-대전지방국토청이 노기를 분출한 사연

임철의 | 입력 : 2007/05/23 [13:55]
# 누가 승인 날짜를 특정해 함부로 발설했나

오송 아파트 층고 조정 문제가 우여곡절 끝에 22일 ‘30층 이하’로 변경됐지만 언뜻 단순해 보인 이 문제가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무려 석 달 반이나 걸려야 했던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씁쓰름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한국토지공사 충북지사는 지난 2월 8일 ‘15층 이하’로 아파트 층고를 규정한 오송단지 지구단위계획을 ‘30층 이하’로 높이는 변경안을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신청했다. 그러나 청원군이 단순한 층고조정 문제를 오송 단지 내 공공시설용지 확보문제와 연계시키면서 이해당사자간 ‘협의’가 하염없이 지체됐다. (충북넷 4월 25일자 ‘오송 아파트 30층 올리기 힘드네’ ‘아파트 층고를 높이려는 까닭’ 등 기사 참조)

오송단지 조성과 관련해서 주체는 보건복지부이지만 층고조정과 같은 구체적인 행정행위의 최종 결정권자는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고 오송을 관할지역으로 하는 충북도와 청원군, 그리고 오송단지 조성과 관련해 토지수용 및 토목공사, 분양 등의 업무를 맡고 있는 토지공사가 제각각 이해관계자로 참여하면서 이들 간에 의견을 모으는 데 예상 밖으로 많은 시일을 소모해야 했던 것.

게다가 충북넷이 가장 먼저 다루기 시작한 오송 아파트의 층고조정문제가 타 언론의 주요 관심영역에 편입되면서 뒤이어 나온 일부 언론의 추측 기사가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 석달 반이나 끌어야 했던 문제였을까

지난 5월 14일과 15일 지역의 많은 언론들은 오송 아파트의 층고조정 문제를 주요 이슈로 이틀간이나 다뤘다. 하지만 문제가 된 것은 이 사안을 기사화한 것이 아니라 내용이었다. 언론들은 뉴스원으로 ‘한국토지공사 오송사업단’의 입을 빌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15일 층고조정과 관련한 실시계획 변경신청을 승인할 예정”이라고 날짜를 특정해 보도했고 이것이 끝내 문제가 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5월 초순 당시는 우여곡절 끝에 청원군이 층고조정과 공공용지확보 문제를 분리, 층고변경에 합의를 해 줌으로써 석 달이나 끌던 문제가 해결 직전의 초읽기에 들어갈 만큼 상황이 진전하고 있었다. (충북넷은 5월 11일 ‘오송 아파트 30층 초읽기’라는 후속 기사를 통해 새로운 상황 전개를 알리면서 날짜의 특정 없이 “30층으로 층고를 변경하는 안이 곧 확정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어쨌거나 이 같은 타 언론의 보도내용이 알려지면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크게 분노했다는 후문이다. 정작 승인권은 자신에게 있는데 3자들이 이러쿵저러쿵 상황을 예언하듯 정리한 뒤 아예 날짜를 못 박아 버린 데 대해 심기가 무척 상했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후 기류가 어떻게 흘렀을지는 불문가지.

15일 아침 한국토지공사 충북지사에 불똥이 떨어졌다. 언론보도 사태의 전말과 함께 아파트 층고조정을 왜 해야만 하는 지에 대한 당위성을 ‘보고’할 것을 대전국토관리청이 새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혹 층고를 조정해 주는 것이 건설사에게 특혜를 주는 건 아닌지 하는 일각의 의구심에 대한 ‘답안’도 마련해 보고하라는 주문이 곁들여졌다는 후문이다.

# 신도시 위상에 맞는 도시경관과 경쟁력 갖추게 돼

‘신도시의 경향은 대부분 고층화 추세를 띠고 있는 바…용적률, 가구 수, 건폐율을 그대로 두는 만큼 건설사들에게 특혜를 주지 않으면서도 층고를 획기적으로 높임으로써 건물의 동(棟) 수를 줄여 공간의 활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 단지조경 등 환경적인 면에서 이점이 있고…오송 역세권 및 행정복합도시 등 주변 도시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도 30층 정도로 고층화 돼야 신도시 위상에 걸맞는 도시경관이 창출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장황한 리포트가 부랴부랴 마련돼 보고된 것은 물론이었다.

대전국토청 자신을 포함해 모두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던 층고조정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문제의식을 다시금 드러내며 토지공사에게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는 것은 문제의 언론보도 배경에 토지공사가 있다고 확실하게 지목한 것으로 해석됐다.

# 대원 계열사 자영, 분양일정 2개월 늦춰

어쨌거나 그로부터 지루한 시간만 흘렀다. 하루 이틀 사흘...
그리고 꼬박 일주일. 22일 오후 늦게 전갈이 도착했다. 층고조정안 승인이 이뤄졌다는 통보가 마침내 날아온 것이었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드디어 노기를 거둔 것이다.

하지만 문제의 언론보도가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며 또다시 금쪽같은 일주일의 시간을 허비한 끝이었다.
토지공사는 “청원군과의 협의 과정에서 겪은 숱한 우여곡절 등 멀고도 험한 노정 끝에 9부 능선을 넘어 정상 문턱에 다다랐다가 미끄러지는 낭패를 당한 셈”이라며 “누군지 모르지만 말 한마디 잘못한 때문에 다 된 밥에 코 빠뜨릴 뻔 했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오송사업단은 “우리는 그런 말을 한 적이 결코 없다”며 억울해 했다.

어쨌거나 겪지 않아도 됐을 해프닝 때문에 예상못한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대원건설의 계열사인 자영은 당초 6월말 쯤 계획하던 분양일정을 8월말~9월초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층고조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분양일정을 계속 늦춰 왔는데 그러다보니 휴가철 및 장마철에 맞닿을 공산이 커져 아예 이 시점을 건너 뛰어 8월말쯤으로 두달 가량 늦춰버렸다”는 게 대원건설의 설명이었다.

한편 토지공사 오송사업단은 “층고가 최고 30층까지 조정됨으로써 아파트 건물이 최대 38개 동(棟)에서 26개 동으로 12개 동이나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며 “이렇게 되면 동간 배치 거리, 즉 건물과 건물간의 거리가 멀어져 확 트인 공간이 확보되는 등 여러 장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층고가 높아지더라도 총 공급 세대수에는 변화가 없기 때문에 그만큼 넓어지는 공간에 더 많은 녹지대나 쉼터 등 입주민 편의 시설의 확충이 용이해 지는 까닭이다. 다만 층고가 2배나 높아지게 됐는데도 건물 동은 38개에서 50%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26개 동으로 12개동 밖에 줄어들지 않는 까닭은 주택공사가 층고조정 절차에 구애받지 않고 당초 계획대로 일찌감치 15층 규모로 아파트 건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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