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익 보다 조직 이기주의에 더 열심인 자치단체들

세종시 놓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하는 청원군과 충남도-연기군, 충남도에 맞서 주민여론 충실히 전달했다가 ‘혼쭐’

임철의 | 기사입력 2007/07/19 [08:33]

주민이익 보다 조직 이기주의에 더 열심인 자치단체들

세종시 놓고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몰두하는 청원군과 충남도-연기군, 충남도에 맞서 주민여론 충실히 전달했다가 ‘혼쭐’

임철의 | 입력 : 2007/07/19 [08:33]




“지방정부나 기초자치단체나 할 것 없이 저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민심이야 어떻든 조직 이기주의를 노정하는 데에 전혀 주저함이 없으니….”

법적 지위와 행정구역 등을 규정한 세종시 법률안을 둘러싸고 청원군과 충남도가 주민여론과는 사뭇 유리된 채 자기 밥 그릇 챙기기에 더 몰두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논란을 낳고 있다.

반면에 세종시 문제에 있어 일차적 이해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연기군은 상급단체인 충남도의 의견에 정면 충돌해가면서까지 주민 의사를 받드는 행정자세를 보여줌으로써 신선한 대조가 되고 있다.

세종시 해법을 놓고 이해 당사자에 따라 목소리가 제각기 분화되고는 있지만 큰 틀에서 볼 때 자치단체별로 △청원군+충남도⇒ ‘닮은 꼴’ △청원군↔연기군⇒ ‘다른 꼴’의 등식을 만들어내고 있는 양상이다.

# 민심 잘 못 읽은 청원군 ‘당황’

청원군은 지난 13일 불거진 민심이탈 사태로 겉으로 말은 안하지만 내심 엄청난 충격에 휩싸여 있는 분위기다.

50 여 명의 주민들은 이날 ‘부용면 세종시 편입추진위’를 구성하면서 세종시 편입 찬성의사를 밝히고 나섰다. 이와 함께 정부 직할의 광역시 지위를 부여하는 동시에 ‘예정지역+주변지역’(청원군 부용면 일대 지역 등)을 행정구역으로 규정한 세종시 관련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의 이같은 목소리는 주변지역 편입을 극력 반대해 온 청원군의 입장과는 정면 배치하는 것이다. 이 뿐 아니라 표면상 세종시 편입 반대 여론만 존재하고 있는 것처럼 비쳐져 온 청원지역 민심의 판도에 전혀 이질적인 목소리가 존재하고 있음을 드러내 보인 예상 밖 사건이기도 했다.

세종시 관련법이 입법 예고된 직후 청원군청에서는 연일이다시피 주변지역 편입을 반대하는 주민의 성명발표가 잇따랐고, 그만큼 주민의 반대여론은 절대적인 것으로 비쳐져 왔다.

# ‘세종시 편입 찬성 추진위’를 계기로 표출된 주민 목소리

그러나 세종시 편입 추진위는 “내심으로는 세종시 편입을 바라는 주민이 더 많다”며 표면에 나타난 여론과 사뭇 다른 주장을 제기,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청원군청에서 있어왔던 일련의 ‘릴레이 반대서명’ 움직임은 청원군이 기획-제작한, ‘관제(官製)’ 시위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물론 청원군이 세종시 편입을 극력 반대하는 이유는 군세(郡勢)약화를 우려하기 때문으로, 이를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이 혐의점을 두듯 청원군이 반대여론을 앞장서 형성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 기초자치단체가 주민보다도 더 조직이기주의에 함몰돼 국가대사에 딴죽을 걸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지적에 대해 청원군은 “원칙적으로 말해 그렇게 볼 수 있는 자유는 주민들에게 있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라며 “반대의견이 있으면 찬성의견이 있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비켜나갔다. 그러면서 “(세종시 편입을)찬성하는 주민은 전체의 5%, 아니 3%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지용옥 청원 부군수는 “청원군의 변하지 않는 주장은 중앙정부가 주민투표를 통해 세종시의 행정구역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채평석 ‘부용면 세종시 편입 추진위원회’ 위원장은 “8000명 안팎에 이르는 부용면 주민 중 3분의 2 가량이 세종시 편입을 찬성하고 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중앙정부에 대해 주민투표를 요구하는 청원군은 이런 요구를 하기에 앞서 부용면 주민의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기나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연기군 및 주민 여론과 배치된 충남도 입장

세종시 문제와 관련, 충남도의 처사도 많은 말을 낳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 7월 1일자로 공무원 인사를 하며 전혀 예상 밖으로 연기군 부군수를 경질했다. 충남도는 L 연기부군수를 충남도서울투자지원사무소장(서기관)으로 전출시켰다. 올 1월 정기인사 때 L씨를 연기부군수로 임명한 충남도가 6개월도 안돼 자신의 인사정책을 스스로 철회한 셈이었다.

현지 언론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충남도의 이번 인사에 대한 문제점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지만, 연기 지역에서는 “충남도의 의견보다 주민 여론에 더 충실했던 연기군에 대해 충남도가 인사권을 무기삼아 감정적으로 응징한 결과가 L 부군수에 대한 인사로 나타난 것”이라는 설왕설래가 나돌았다.

연기 지역에 파다한 충남도의 인사 보복설이란 다음과 같다.

--행자부는 5월21일부터 6월11일까지 20일에 걸쳐 세종시 관련법을 입법예고한 뒤 곧이어 법률안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취합했다.

# 충남도가 자신의 뜻과 다른 의견 제시한 연기군에 ‘인사보복’?

당시 연기군과 충남도의회는 세종시의 법적 지위와 관련, 기초자치단체로서 도농통합시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반면 충남도는 ‘입법논의 자체를 유보할 것'을 주 의견으로 채택해 행자부에 보냈다. 충남도는 그러면서 부대의견으로 ‘다만 관련 입법을 한다면 기초자치단체의 지위를 갖는 도농복합시가 좋다’는 뜻을 전했다.

충남도는 세종시 문제를 가급적 현 정권 이후 논의하자는 희망을 갖고 있다. 그리고 나중에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 결정하게 될 때에는 충남도가 직접 관할할 수 있는 기초시로서 세종시의 법적 지위가 부여돼야 한다는 게 충남도의 생각이다.

어쨌든 법적 지위와 관련해 연기군과 충남도의 의견은 일치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다.





연기군은 자신의 의견을 충남도와 표면상으로는 일치시켰지만 ‘기타의견’ 에 “주민은 정부 직할의 광역자치단체를 희망하고 있으며, 잔여지역에 행․재정적 우대방안을 요구하고 있다”고 특기(特記)함으로써 정확한 여론을 행정자치부에 전달해야 하는 자치단체로서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았다. <도표 ․ 6월 13일자 충북넷 게재 ‘세종시 특별법에 대한 지자체 의견 십인십색’ 기사 참조>

# 부임 6개월 밖에 안 된 연기부군수 전출시켜버려

하지만 이게 결국 탈을 일으켰다. 연기군이 주민 의사를 정확하게 전달했다지만 이는 달리 말하면 바로 윗 형인 충남도 의견과는 정면 배치되는 내용을 큰 형인 행자부에 고해바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즉 연기군은 충남도의 서슬 퍼런 눈길을 피해 세종시의 법적 지위에 대해 본심을 숨긴 채 ‘기초자치단체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채택했지만 내심은 주민의 입을 빌어 ‘광역시가 타당하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이었다.

충남도로서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민선 단체장을 어찌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기초자치단체에 대한 영향력의 지렛대이자 의사소통의 통로로 삼아온 부자치단체장이 타깃으로 떠올랐다. 연기군이 상급기관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지역 주민 편에 서는 꼴을 더 이상은 수용 못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6개월이 채 안된 연기 부군수를 전출시켜버린 것이다.--





# 이익 지키기에는 주민보다 더 재빠른 행정기관

연기군청 안팎에서는 “충남도가 부임한 지 6개월도 안 된 부군수를 전출시키려하자 연기군이 극력 반발하고 나섰다. 너무도 강력한 반발이 나오자 충남도는 후임 부군수에 대한 인사권까지 양보하는 파격적 방법을 써가면서까지 L부군수 전출인사를 관철시켰다. 이는 충남도가 당시 얼마나 다급한 처지였는지 반증하는 사례로써 부단체장 인사권을 지방정부가 양보한다는 것은 그 사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예상 밖 사건이었다”는 후평(後評)이 아직도 떠돌고 있다.

그러나 충남도는 충북넷 기자에게 “그와 같은 전후관계에서 인사가 이뤄진 게 결코 아니다”며 “통상적인 인사였다”고 강력히 부인했다. ‘그럼 아무 일도 없이 부단체장을 부임 6개월도 안 돼 인사조치하는 것이 통상적인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인사라는 것은 필요에 의해서 언제든지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청원군과 충남도의 사례는 자치단체가 주민보다도 더 앞장 서 자신의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지나치게 과잉 반응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세종특별시 추진 연기군 주민연대(공동대표 고수환) 및 자치분권 전국연대(사무처장 윤종세) 등 충청권 5개 시민사회단체가 18일 충남 연기군 금남면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종특별자치시 설치 법률안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촉구하고 나선 것도 충남도의 입장을 군색하게 하는 사건이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참여정부가 자신의 최대업적으로 내세우는 세종시 건설 문제를 왜 관련법 제정까지 자기 임기 내에 마무리, 법적 추진 근거를 마련해야만 하는지를 이 사례들은 역설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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