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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아닌 사람의 속도로.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녹색혁명의 핵심이다.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2007년 9월 듣기에도 생소한 제주도'올레' 길이 등장했다.
'올레'란 가옥의 대문에서부터 마을 큰길까지의 좁은 골목을 뜻하는 제주방언이다.
그로부터 3년, 전국은 온통 '길내기' 열풍에 휩싸여 있다.
남도의 지리산 둘레길이 개설되자 인구 천만의 수도 서울에 북한산 둘레길이 열리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광주 무등산에도, 울릉도 화산섬에도 '걸어야 살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한 길을 내고 있다.
경기도는 이미 30여 개의 도보여행코스를 개발 전국에 홍보하고, 이에 질세라 전국의 지자체 중에서 자연과 역사 그리고 문화와 건강을 잇는 올레길과 둘레길을 만들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제주를 다녀온 사람들의 소감과 화젯거리도 이젠 변했다.
골프와 유흥과 식도락을 찾던 이들이 올레길 주변의 자연과 민속과 인심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차량의 속도에서 놓치고 미처 못 보던 것을 사람의 속도와 눈높이에서 뒤늦게 발견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녀온 자들은 서둘러 다시 지리산 둘레길을 향해 떠난다.
그뿐만 아니다.
올레길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장장 820Km에 이르는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온 사람들이 하나둘씩 내 주위에는 늘어나고 있다.
왜 이처럼 걷는 것에 집착하는가?
여행자들은 말한다.
감동은 물론 작은 기적들을 경험하고 있다고...
육체적 건강은 기본이다.
각종의 성인병이 사라지고 어떤이는 암 치유에 대한 자신감마저 갖게 됐다고 말한다.
그 무엇보다 정신적 치유 성과는 놀랍다.
연인사이의 사랑이 재생되며 대화가 단절된 부자가 서로 소통하고 부부가 30년만에 내면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느린 걸음의 속도로 자연과 인문을 접하면서 잃었던 자신을 재발견하게 됐다는 고백도 있다.
이것이야말로 우리에게 절실한 가정의 녹색혁명이 아니겠는가.
산업화 반세기.
대한민국은 질주했다.
시속 100Km의 경부고속도로 위로 기업과 사람, 상품이 폭주했다.
오늘날 전국에 30개 이상의 고속도로 노선이 생겼지만, 그것도 느리다며 시속 300Km 이상의 고속철도가 뻗어 나가고 있다.
외국인들에게 코리안이 '빨리빨리 족'으로 불리게 된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그 속력으로 인해 우리는 비록 물질의 풍요를 얻었지만 반면에 정신적 가치와 건강을 참 많이도 잃었다.
탄소와 환경오염, 개발과 체증, 과소비와 고비용, 소통단절과 가족의 해체 등 이 시대의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보이지 않는 비효율을 생각하면 이 혁신적 변화야말로 가장 절실하고 절묘한 타이밍에 작열한 만루 홈런같은 범국민운동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나는 자연스레 민간 자발적으로 일어난 선풍적인 혁신이야말로 '산업화의 성공' 못지 않게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가장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인간성 회복 운동'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일찍이 이 아름다운 혁명을 꿈꾼 이가 있었다.
'(사)제주올레'의 서명숙 이사장.
그녀는 3년 전 고향 서귀포의 길바닥에서 다시 태어났다.
놓으면 그날로 죽는 줄만 알았다던 기자라는 평생직업.
이 낡은 신발을 초개같이 버림으로써 마침내 그녀는 자유로운 삶의 성공에 다가 설 수 있었다.
스페인의 성지순례길을 걷다가 '나만의 길을 만들리라'는 결심을 하고 인간의 오감으로 제주섬을 느끼며 대화하는 영혼의 길 '올레'를 열어가고 있다.
그녀는 이에 더하여 일본 시코쿠 섬 88개의 사찰을 잇는 1천200Km의 오핸로, 스위스 알프스의 마터호른 산록과 레만호, 인터라켄 등지에다 올레의 정신과 가치를 제휴하는 우정의 길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리하여 인류의 진정한 자유와 문명으로부터의 해방, 세계의 인문과 자연이 만나는 지구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껏 세계 평화의 섬으로 가꾸려던 정부의 노력은 놀랍게도 전혀 뜻하지 않던 그녀의 신념과 노력에 의해 착착 이루어지고 있다.
만명의 의사도 하지 못한 예방과 치유의 길, 끝없는 속도경쟁과 단절의 21세기 문명속에서 느림의 여유와 소통 그리고 나눔과 상생의 길을 열어가고 있는 그러면서도 좀처럼 자신을 드러낼 줄 모르는 그녀의'숭고한 영혼'과 창의적인 생각으로 이를 뒤따르려는 전국 지자체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
차를 멀리하고 걸어야 할 때가 왔다.
문명으로 얻은 병은 자연에서만이 치유될 수 있다.
격동의 여름을 보낸 올가을의 하늘은 더없이 푸르다.
이 눈부신 계절을 우리 함께 힘차게 걸어보자.
행복이 오고 있다.
브라보, 워킹 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