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칼럼] 톨스토이, 그리고 '우상과 이성'

충북넷 교육창업사업본부장(문화콘텐츠플래너)

충청타임즈 | 기사입력 2010/12/24 [06:43]

[정규호 칼럼] 톨스토이, 그리고 '우상과 이성'

충북넷 교육창업사업본부장(문화콘텐츠플래너)

충청타임즈 | 입력 : 2010/12/24 [06:43]

 

▲ 충북넷 교육창업사업본부장(문화콘텐츠플래너).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까닭에, 그것을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책의 이름을 일컬어 ?우상과 이성 이라 한 이유다.?(리영희, 우상과 이성 , 한길사, 1977)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을 본 뒤 오래된 책꽂이에서 낡은 책 ?우상과 이성 을 찾아 다시 펼쳐 보았습니다.

빛바랜 밑줄이 아직 선명한데 그새 나는 '진실의 힘'을 까맣게 잊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부끄럽기만 합니다.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원제: The Last Station)'은 미국 작가 제이 파리니의 원작소설 를 마이클 호프만 감독이 만든 영화입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의 생애 가운데 마지막 1년을 그린 이 영화는 위대한 소설가의 위대한 작품세계에 천착하기보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는 톨스토이의 수제자이며 동지이자 추종자인 블라디미르 체르트코프를 등장시키면서 소위 '톨스토이 주의'를 강력하게 설파함으로써 문학사상가의 위대함을 강조하기는 합니다.

바로 톨스토이의 모든 저작물을 개인 소유가 아닌 인류 공동의 것으로 만드는 유언을 남김으로써 평생 반려자였던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아와 극명한 대립관계를 형성하는 것이지요.
자신의 모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유언장을 쓰게 되는 톨스토이와 그 추종자들의 인류에 대한 공동체적 인식은 (딸을 제외한) 가족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히스테리컬하게 이를 막으려는 아내 소피아를 악처와 같은 모습으로 그리며 대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플라톤이 주장하는 인간 감성을 초월한 진실 혹은 이성의 영원불변하는 최선의 의식내용을 뜻하는 이데아(Idea)와 인간정신의 밑바닥에 있는 원시적, 동물적,본능적인 요소인 이드(Id)와의 근본적인 충돌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거대한 사상적 접근시도와는 달리 이 영화 '톨스토이의마지막 인생은 결국 '사랑'을 그리고 있는 듯합니다.

평생 반려였던 아내 소피아와의극심한 충돌을 피해 집을 떠나게 되는 톨스토이는 지금은 톨스토이 역으로 이름 지어진 아스타포보 역의역장 사택에서 삶의 마지막을 맞이합니다.

톨스토이가 마지막 순간까지 찾는 사람은 저작권의 사회 환원을 통해 소위 '톨스토이 주의'라는공동체적 선(善)을 지향하는 추종자이거나 수제자가 아닌, 바로 아내 소피아.

결국 전쟁과 평화 , 안나 까레리나 등 세계 문학사의 기념비적 작품을 쓴 문호 톨스토이 역시 신격화를 통한 우상화보다는 죽음 앞에서 결코 초월하기 어려운 인간적 면모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겠지요.

다시 1년이라는 결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세월을 뒤돌아보며 후회와 반성을 거듭하게 되는 세밑입니다. 그리고 톨스토이를 무조건 신격화하는 '우상'과 아내에 대한 순수한 '사랑'에 대한 거리가 글을 쓰는 일에 대한 무력함으로 가슴 떨리는 계절입니다.

그리하여 세상의 모든 사상들이 우리를 얼마나 우상화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문에 이어 과연 '사랑'은 또 얼마나 이성적일 수 있을 것인가 역시 의심스럽기도 합니다.

성탄 전야입니다. 참으로 뜻 깊은 날인데, 과연 글을 쓰는 일이 돌아가신 리영희 선생의 말대로 얼마만큼이나 '진실'에 가까이 있는 것인지...

가당치 않은 3대 세습을 기어코 만든 것이 북한의 지독한 '우상'이라면 대한민국 애기봉의 성탄 트리 모양의 등탑은 과연 충분한 '이성'인 것인지요. 아무튼모두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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