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살리고 … 기업주는 '빈손'

박태순 前 흥업百 회장 안타까운 사연

충청타임즈 | 기사입력 2011/08/29 [07:41]

기업 '살리고 … 기업주는 '빈손'

박태순 前 흥업百 회장 안타까운 사연

충청타임즈 | 입력 : 2011/08/29 [07:41]
부도가 난 법정관리중인 회사에 10억원을 투입한 전 사주(社主)의 안타까운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가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청주에서 좀 오래된 기업인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박태순 전 흥업백화점 회장(77)의 이 사연은 약 15년여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저축은행 전신인 (주)흥업무진을 지난 70년 충북에서 첫 설립한 뒤 이름이 바뀐 흥업상호신용금고를 93년까지 20여년간 운영해온 박 회장은 흥업백화점을 설립하면서 때마침 부실화된 금고를 접어야만 했다.

그러나 백화점도 오픈한 지 불과 5년여 만에 부도를 내고, 96년부터는 법정관리로 박 회장의 경영권은 모두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문제는 법정관리 중인 백화점을 살려보겠다는 심정으로 문을 닫은 금고 운영 당시 잘못 계산돼 뒤늦게 받은 세금 환급금 10억원이었다.

이미 부도가 난 회사에 자금을 투입하는 것은 누가 봐도 무모한 짓이었다. 그러나 박 회장은 백화점을 살리겠다는 심정으로 98년 8월쯤 10억원을 모두 증자(增資)에 사용했던 것.

박 회장은 "당시 정부가 백화점 자사카드 자본금 기준을 20억원으로 강화하면서 흥업은 백화점 카드를 사용하지 못할 처지가 됐다"며 "이런 상황을 지켜볼 수만 없어 환급금 10억원을 모두 투입했다"고 말했다.

외환위기 전 흥업백화점의 부도는 지역 경제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좀처럼 부도가 없던 시절, 박 회장은 곧바로 죄인 신세가 됐다. 부도가 나면 야밤에 도망가던 때였다. 그러나 그는 청주를 떠나지 않았다.

법정관리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때 그는 지역내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백화점의 법정관리를 호소했다. 결국 사상 처음 유통업 법정관리라는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런 노력 때문인지 흥업백화점은 14년여 동안이나 법정관리 상태에서 청주 상안길 상권을 지키는 지역업체로 자리를 이어갈 수 있었다.

흥업은 올해 들어 매각에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기업 LS네트워크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채권단 대부분이 매각에 동의를 한 상태로 법원의 관계인 집회만 남기고 있다.

이처럼 흥업이 다시 살아나 대기업에 매각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 사주인 박 회장의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이 있었다. LS는 약 130여억원가량을 들여 흥업을 인수할 예정이다.

금융권 채권과 소액 상거래 채권 등 일부 채권은 15년여 만에 보전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그러나 전 사주 박 회장은 법적으로 이 같은 보전이 불가능하다.

이런 사연이 전해지면서 JC를 비롯 청주상의 등 지역 경제사회단체 등에서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건의문을 만들어 인수하는 대기업의 인정에라도 호소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지역 경제계의 한 관계자는 "고교 시절 흥업장학금이 귀에 익숙할 정도로 흥업을 키워온 박태순 회장에 대한 이야기는 지금도 많이 회자되고 있다"며 "법적인 효력은 문제될 수 있어도 정서적으로 충분히 공감이 가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 충청타임즈 남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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