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다윗과 골리앗'의 서사구조를 빼닮은 엠비아이 對 시마노 특허전쟁

세계1위 자전거 부품회사란 전설적 이미지에 도전하는 다윗은 성공할 것인가?

임철의 | 기사입력 2013/06/03 [09:35]

[기획특집] '다윗과 골리앗'의 서사구조를 빼닮은 엠비아이 對 시마노 특허전쟁

세계1위 자전거 부품회사란 전설적 이미지에 도전하는 다윗은 성공할 것인가?

임철의 | 입력 : 2013/06/03 [09:35]
취미는 설명할 길이 없다는 말이 있다. 이는 상대의 취미를 놓고 "당신은 그런 걸 왜 좋아하느냐?"고 책망하거나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묻는 것만큼 스스로 멍청이임을 드러내는 우문은 없다는 뜻이다. 반대로 자신의 관심 영역 이외에는 도통 신경의 촉수를 내뻗지 않는 대다수 사람들의 무관심에 대해서도 책 잡아서는 안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십인십색. 취미나 관심사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으니까 ... 아니 다른 것이 당연한 것이니까

그렇기 때문에 기자는 더 그럴 수 없었다. 지난 주 청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름 없던(?) 자전거 속도변환 부품 개발업체인 ㈜엠비아이가 일본의 거대기업인 시마노를 상대로 천문학적인 액수의 손배소와 특허침해 소송을, 그것도 해외에서 국제적 규모로 판매금지신청과 더불어 진행하고 있다는 뉴스를 듣고서 '그저 그런 뉴스' 쯤으로 범상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 말이다.

지난 5월 27일 ㈜엠비아이는 기자회견을 통해 "5월 24일과 27일 각각 중국과 네덜란드 법원에 일본 시마노사를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며 "엠비아이의 특허를 침해해 시마노가 해당 국가 시장에서 얻은 부당이득을 각각 8000억원과 1조 3000억원으로 추정해 해당 금액에 달하는 손해배상소송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 도대체 어떤 기업이 세계적 대기업과 맞짱을 뜬다고?

놀랐다. "뭐? 소송상대가... '시마노'라고?" 기자의 첫 반응은 외침에 가까웠다.  시마노라는 세계적 대기업을 상대로 전혀 기죽지 않고 정면대결하는 결기와 기술을 가진 기업이 청주에 있었다는 사실이 기자를 놀라게 했다.

시마노는 미국의 스램(Sram)과 이탈리아의 캄파놀로사를 포함해 자전거 구동계 부품 시장을 3분하는 거대기업. 하지만 3사 중에서도 시장을 50% 이상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시마노는 단연 1등이다. 시마노가 세계 1위 기업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뛰어난 기술력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전 세계의 자전거 완성차 업체와 라이더들에게 사랑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선수들은 물론 마니아들에게 있어서 시마노 회사가 만든 최고등급의 구동계 제품을 장착해 타는 것은 언제나 꿈같은 목표이며, 그래서 시마노는 그들에게 전설이다.

그런데 이름도 생소한 작은 기업이 전설의 반열에 오른 세계 최대 초일류 기업인 시마노를 상대로 '어마어마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가뜩이나 평소 자전거에 미쳐 사는 사람으로서  ㈜엠비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지난 주 관련 뉴스를 누구보다 민감성과 폭발력을 지닌 뜨거운 뉴스로 받아들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늦바람 불 듯 뒤늦게 자전거 타는 즐거움에 빠져 지내다보니 자전거의 구조와 프레임(자전거 틀)에 대해서는 물론이고 발로 페달을 밟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크랭크-체인-뒷바퀴에 이르는 동력 전달 흐름의 과정을 거쳐 자전거를 전진하게 만드는 핵심부분인 구동계(drive-train)에 대한 ‘학습’을 입시생 못지않게 치러낼 만큼 열정을 불살랐기에 그랬다. 

◇ 직원수 기준 1대 857의 대결

아무튼 이번 사건이 갖는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려면 복잡하고도 구체적인 법률 다툼의 진행 과정과 개요를 습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통해 이 사건이 실질적인 측면은 물론이고 상징적인 측면에서 세계 자전거 부품업계(허브 내장형 기어 부문)에서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지를 간파해낼 수 있어야 한다.

앞서 얘기했듯이 이번 특허소송은 아직 매출액은 미미하지만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기업의 명운을 걸고 있는 직원 14명의 기업 대 연 매출액이 3조 6000억원에 직원 수가 1만 2000 여명에 달하는 시마노와의 대결이다. 자신보다 800배가 넘는 (직원수 기준으로 정확히 857배), 그래서 도저히 같은 링 안에 나란히 서기엔 전혀 급이 다른 거대 몸집의 상대와 1대1로 맞붙는 대결 구도에 주목해야 한다.

이 대결은 한 눈에도 사건 전개의 서사 구조가 유명한 한 이야기와 닮았는데, 그것은 바로 성경 속의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다. 큰 덩치의 엄청난 힘과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왜소하고 힘없고 낮은 사회적 위치의 약자를 괴롭히고 등쳐 먹는 갑의 횡포가 그려지고,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정의에 목말라하는 인간들의 영원한 이상(理想)인 무지개를 좇는다. 사실 이런 이야기의 서사 구조는 현실에서는 쓰러져 버린 정의의 곧추세움을 목타게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언제나 베스트셀러의 주 단골메뉴가 된다.

◇ 소송에서 이긴다면 미국, 일본등지에서도 특허전쟁 기업발전의 결정적 전기 맞을 것으로 예상돼

2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소송. 다윗과 골리앗 간에 엎치락 뒤치락하는 공방은 어떻게 결말지어질 것인가.

엠비아이가 이긴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자전거 시장인 미국을 비롯해 일본 등지에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다음의 의미에 일차적인 관심이 쏠린다. 

난공불락처럼 여겨져 온 시마노라는 신화적 존재의 통쾌한 명예 추락을 우리는 볼 수 있을 것이다. 전설의 몰락은 언제나 슬픈 즐거움을 동반한다. 시마노가 자신의 상대도 되지 않을 것 같은 한국, 그것도 청주에 있는 한 작은 회사의 기술을 훔쳐내 부당한 명예와 부를 누려온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응당 그 부분만큼 대가를 치러야 한다. 정당한 명예와 부를 누렸어야 했을 존재에게 그것을 시마노로부터 거두어 돌려주는 건 당연한 정의실현의 결말 구조가 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어느 한쪽의 일방적 희망처럼 결과가 신탁(信託)돼 있지 않다. 물론 고전의 이야기 전개처럼 서사적 구조가 끝까지 유지된다면 엠비아이측으로선 희망을 걸어볼 만 하다. 상상만 해도 가슴 뛰는 스토리가 21세기 특허전쟁에서 엠비아이를 다윗의 모습으로 현화(現化)시키는 극적 결말을 완성해 낼 수 있을까? 

이 분쟁은 신화나 고전 스토리의 구도 속에서가 아니라 엄정한 법 논리에 맡겨져 있다는 점에서 섣부른 기대나 비관을 불허한다. 그래서 팔이 안으로 굽으려는 것을 애써 자제한 채 가장 현명한 심판관인 시간이 결론을 내려 알려줄 때까지 지켜볼 수 밖에 없게 됐다.   

/ 임철의 대기자

  • 도배방지 이미지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