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중앙로 소나무길에 심어졌다가 잇따라 고사당하고 있는 금강송은 보통 20m를 넘어 최대 35m까지 성장하는 대표적인 키 큰 나무, 즉 교목(喬木)이다.
게다가 선비의 절개를 상징하듯 곧게 뻗으며 자라 우람한 체격, 우월한 수형을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조선시대 궁궐이나 도성의 대문(남대문 동대문 등), 한옥 등의 건축 재료로 즐겨 쓰여 온 것이 금강송이다. 그래서 금강송은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소나무의 한 품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 왔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우리나라 고유 소나무 중에서도 금강송 이외에 여러 품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아는 경우는 의외로 많지 않다. 소나무분류법은 아직도 중구난방으로 명확하게 정립된 것은 없는 상태인데, 전문가마다 분류명칭이 상이할 정도로 여러 의견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금강송은 주로 목재용으로 쓰임이 정해져 있었던 반면 궁궐이나 고관, 사대부의 사재(私齋) 정원을 장식한 소나무는 따로 있었다. 금강송에 비해 키가 훨씬 작고 더디 자라며 곧은 수간 대신 자연의 악조건을 이기는 과정에서 구불구불 자라는 특성이 유전형질로 굳어진 품종들이 그것이다. 청와대 경내에 심어져 있는 소나무들도 금강송이 아니다.
◇ 금강송, 궁궐 대문 등의 건축에 단골로 쓰인 명목
자연스런 조형미와 그로인한 심미감이 극치를 이루는 이런 품종 중 대표적인 것이 경주시 안강면 일대에 집단 서식한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안강형 소나무이다. 경주남산 소나무가 안강형 소나무의 대표적인 경우로, 최근 들어 배병우 소나무사진 작가로 인해 명성이 더욱 알려져 있다.
안강형 소나무 외에도 중부남부평지형 동북형 위봉형 등 여러 품종의 소나무가 있는데, 이는 한반도 전역에 걸쳐 야산을 비롯해 보통의 산지에서 목격되는 일반 소나무의 품종이 지역마다 서로 다른 유전적 특질을 발현하면서 다양하게 갈래를 이뤄 온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위에 거론한 소나무 품종들은 모두가 내륙 산지에 서식하는 소나무들이라 해서 통칭해서 육송이라 하며, 이에 비해 바닷가에서 서식하는 소나무는 해송이라고 대별해서 부른다.
◇ 조경수로는 경주 안강 소나무 등이 인기
우리의 소나무 중 육송에는 이미 살펴본 대로 금강송(금강형)을 비롯, 안강형, 중부남부평지형, 동북형 이외에 형태 특성을 놓고 미인송, 낙락장송이라는 품종 등이 다양하게 있다.
하지만 품종을 떠나 소나무에 대해 갖는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는 각별했고 지극했다.
특히 조선시대 선비들은 소나무를 그림의 단골소재로 삼을 만큼 사랑했으며, 그림과 더불어 '송한불개용'(松寒不改容;소나무는 날씨가 춥다고 해서 모습을 바꾸지 않는다)을 단골 화제(畵題)로 채택할 만큼 소나무의 덕목을 높게 기렸다. 뭇 나무들이 가을을 맞아 색깔을 바꾸는 것에 그치지 않고 끝내 모든 잎을 떨구는 겨울에도 늘 푸른 모습을 잃지 않는 소나무의 고고함을 숭상한 것이다. 조상들은 소나무의 절개와 선비가 갖춰야 할 지조의 덕목을 동일시할 만큼 지순한 '소나무 사랑'을 보여 온 것이다.
◇ 어명이 있어야만 벌목할 정도로 특별대접
오래되지 않은 일화여서 더 기억에 생생하지만 남대문이 화재로 소실돼 중수할 때 목재로 쓰일 금강송을 찾아 벌목하기에 앞서 우렁차게 고한 소리는 소나무를 대하는 한민족의 인식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어명이오!"
삼척에 있는 태조 이성계 5대조 이양무 장군 묘인 준경묘에서 "숭례문 대들보인 금강송을 베겠다"는 어명(御命)을 금강송에게 고하고 나서야 벌목작업을 진행한 태도에서 소나무에 성스러운 인격성까지 부여해 온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이 확인된다.
곧은 자태로 과거 지고(至高)가 거처하는 궁궐과 만백성이 드나드는 도성의 대문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쓰이는 금강송에게 최고의 예를 갖추는 것은 온당한 처사였으리라.
그래서 아수라 같은 도심 한복판에 금강송을 들어 앉히겠다고 발상한 것은 기상천외한 것에 앞서 무식한 폭거에 다름없는 짓이었으며, 그 결과 무려 10여 그루의 금강송을 무참하게 집단 살육한 셈이 됐으니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무지, 천박함이 빚은 죄를 어떻게 씻을 수 있을지 아득할 따름이다.
/ 임철의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