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주천 칼럼] 다시 새기는 '청렴'이란 두 글자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장

충북넷 | 기사입력 2014/06/02 [16:54]

[엄주천 칼럼] 다시 새기는 '청렴'이란 두 글자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장

충북넷 | 입력 : 2014/06/02 [16:54]

 

▲ 엄주천 대전지방고용노동청 청주지청장.      
지난주는 5월인데도 오후의 사무실 온도가 30℃를 웃돌았고, 건물 최상층은 33℃를 훌쩍 넘겨 에어컨 가동을 원하는 직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계절적으로 5월이면 늦 봄 혹은 초 여름인데 관공서의 너무 이른 에어컨 가동은 모양도 좋지 않고 에너지 절약의 문제도 있으니 조금만 참아보자고 직원들을 달래면서 이마의 땀을 훔치었다.

그러고 보니 작년 여름, 유례없는 불볕더위 속에서도 일부 원자력 발전소의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난으로 온 국민이 고통스러운 여름을 보낸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올 여름에는 충분한 전기 공급으로 냉방기를 적정 가동하여 고객과 직원에게 쾌적한 사무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지 벌써 걱정이 앞선다.
 
당시 원전 가동 중단은 일부 임직원과 납품업자 간의 결탁에 의한 불량자재 납품에서 기인하였는데, 이는 해당 몇 사람의 비리와 도덕성 문제를 넘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중대한 범죄행위였다.

이처럼 잘못된 이익 추구는 다양한 분야에 부정적 영향을 주며, 그것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에 의한 경우라면 국가의 근본마저 위협할 수 있다.

원전비리뿐 아니라 과거 큰 사건 사고의 이면에는 대부분 부적정한 거래 또는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한 것임을 이미 오래전부터 보아온 터이다.

다산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공직자들이 청렴한 마음을 지니고 그대로 실천에 옮기면 세상은 밝아지고 깨끗해진다고 했다.

청렴은 모든 선의 원천이며, 모든 덕의 근본이라는 것이다(廉者萬善之源 諸德之根). 나라가 바로 서려면 공직자가 청렴해야 한다. 공직사회가 청렴해지면 민간 사회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세월호 침몰 이후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여 5월 임시국회에서 통과가 예상되던 소위 '김영란 법' 즉 '부정청탁 금지와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의 처리도 안타깝게도 불발되었다.
 
공직사회의 부패척결을 위해 이런 법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에 씁쓸함이 느껴지지만, 2012년 국제투명성기구의 청렴도 조사결과 우리나라는 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 조사대상 175개국 중에서 45위이며 그 순위도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니 법 제정의 필요성은 더 논할 의미가 없다고 본다.

연고·온정주의를 타파하고 합리적·객관적 의사결정을 이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법이기에 국회에서의 처리 불발은 여간 서운한 것이 아니다.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라 불리는 호찌민은 평생 고향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고향이 알려지면 수많은 청탁이 들어올 텐데 인정상 고향 분들의 청탁을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죽음이 임박해서야 말하였단다. 공직자들이 새삼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도 가족·친척이다, 고향사람이다, 동문이다 하면서 ‘끼리끼리’ 문화를 형성하여 능력과 관계없이 밀어주며 온갖 부패도 서슴지 않는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김영란 법'을 만들려 하고, 이 조차 순탄치 않은 것을 보면서 다시금 다산을 배우고 호찌민의 말을 되새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 주석 시진핑 역시 2011년 집권 후 부정부패 척결은 '시대의 사명'이라고 주장하며 중국 전역에서 공직자의 썩은 부위 도려내기 시작했다.

올해 1분기에도 뇌물·권력남용과 관련된 국장급 이상 고위 관료 57명이 반부패 칼바람에 낙마하였다.

오랫동안 만연한 공무원 부패를 척결하여 국민들이 공평과 정의를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니 앞으로 이웃 나라 중국이 어떻게 변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가 청렴도는 곧 국가 경쟁력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지고도 IMD가 발표한 국가 경쟁력 순위가 27위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미래의 더 나은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부패를 몰아내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다산은 "뇌물수수는 한밤중에 하였어도 아침이면 벌써 알게 된다"고 했다. 이 말은 현재 우리 사회에 전하는 경고 메시지이다.

사회를 병들게 하고, 끝까지 비밀로 존재할 수도 없는 부패 곰팡이가 우리 사회에 더는 퍼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 움직임에는 정·관·민이 힘을 한데 모아야 한다.

이제 그간의 더럽혀진 얼룩들은 모두 지우고, '청렴'이란 두 글자를 새로 새길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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