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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학의 공학계열 대졸자 비율이 OECD 최고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2023년까지 인력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인력 부족 사태'가 발생할 전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196곳 가운데 4분의 3을 넘는 156개 대학이 공대를 운영하고 있다. 대학생 150만명 중 26%인 40만명이 공대생이다.
2011년 OECD의 조사를 보면 국내 대학에서 배출하는 공대생은 연간 6만9000여명이다. 총인구(4978만명)와 비교하면 공대 졸업생이 1만명당 13.8명에 달한다. 이는 프랑스 5.8명, 독일 5.5명, 영국 4.4명, 미국 3.3명에 비해 약 2~4배 많은 규모다.
하지만 지난 7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청년층 인력수급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4~2023년 10년간 공학계열 대졸자 수요는 133만7천명인데 비해 공급은 105만9천명으로 27만7천명(연 평균 2만8천여명)의 인력 미스매치 현상이 일어날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인문사회·자연계열은 공급이 수요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2023년 인문사회계열은 수요 147만6천명에 공급 153만7천명, 자연계열은 수요 31만4천명에 공급 44만7천명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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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기업은 '공대앓이' 중
이같은 전공계열별 인력 수급 차이는 취업과 임금 등에서의 격차가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10 대졸자 직업 이동경로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학계열 대졸자들의 희망 임금은 231만원, 실제 임금은 207만원으로 임금 차이가 가장 적게 나타났다. 예체능계열은 임금 차이가 41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또한 지난해 대졸 신입사원 가운데 삼성전자는 85%, 현대자동차는 100%를 공학계열로 뽑은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권도 공학계열을 우대한지 오래며 최근 영업과 마케팅 분야까지 공대생을 선호하는 추세다.
얼마전까지 각 기업이 공학과 인문학을 겸비한 '스티브잡스형' 인재를 선호하던 사실에 비춰볼때, 이같은 '이공계 쏠림 현상'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공대생들은 학부생이라도 당장 현장에서 쓸 수 있는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어 신입사원 교육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며 "고등학교 때부터 장학금을 지원해 서로 모셔가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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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 "인문계 축소·이공계 확대 대학에 200억 지원"
상황이 이렇자 정부는 최근 산업 수요가 적은 인문사회계열의 정원을 축소하고 이공계 정원을 확대하는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에 150억~2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황우여 부총리는 지난 1월 업무보고를 통해 "지금처럼 모든 대학에 인문대학이 있으면 학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산업 수요에 맞게 대학 인력 공급을 조정해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따라 최근 중앙대, 건국대, 숙명여대 등 주요 대학들이 '대학 구조개혁평가'를 앞두고 학과 통폐합과 특성화 대학 전환 등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새정치민주연합 김태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추진으로 10년 전에 비해 인문과학 및 자연계열의 학과수와 입학 정원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과학은 9.8%(2123명), 자연계열은 43.3%(7635명) 감소했다.
반면 공과대 정원은 크게 증가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대학 공학계열 신입생 정원은 2010년 7만7만 7328명에서 지난해 8만 5319명으로 4년만에 10.3%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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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육 질 향상을 통해 공대생 숙련도 향상시켜야
그러나 이같은 변화의 움직임이 청년실업을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년 간 대학들이 인문사회 및 자연계열의 입학정원을 줄여왔지만 청년실업 문제는 오히려 악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기업들은 공대생을 선호하면서도 '쓸만한 공대생이 부족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국내 1053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융합·실무형 공학 인재에 대한 산업계 인식 조사'에 따르면, 기업이 평가한 공학 분야 신입사원의 실무 적응 능력은 5점 만점에 평균 2.87점에 불과했다.
이계우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보고서에서 "대학설립규제 완화로 충분한 재정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학 설립이 급속하게 진행되었다"며 "이에따라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양질의 노동력을 배출하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취업률에 급급해 인문사회계열 학과를 줄이고 공학계열 학과를 증설할 것이 아니라,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고등교육 재정은 0.7%로 OECD 평균 1.1%의 3분의 2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이시균 인력수급전망센터장은 "저출산에 따른 청년 인구 감소가 공학계열 노동력 수급에 미치는 악영향을 최소하하기 위해서는 공학계열 대졸자의 숙련도 향상 및 일자리의 질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이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