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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부터 시작된 ‘고용률 70% 로드맵’에 따라 그간 우리나라에 보편화된 남성 위주의 장시간 근로, 전일제 근로 등 고용관행의 틀을 깨고 여성과 청년, 중·장년층이 다 함께 노동시장에 참여하여 일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일하는 방식․장시간 근로를 개선할 수 있고, 여성과 장년층 퇴직자에게 보다 많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는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보편화된 고용형태로서 독일은 2008년 근로시간 단축으로, 네덜란드는 1999년 주30시간 미만의 일자리 활성화로 고용률을 70% 이상으로 높인 바 있다.
시간선택제 일자리는 근로자들이 자신이 필요한 상황에 맞게 근로시간을 선택하면서 기본 근로조건을 보장받고, 인사·복무, 기타 복리후생에 차별받지 않는 일자리를 말한다. 이 같은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통해 임신·출산·육아 등의 이유로 퇴직한 여성근로자, 일과 학습의 병행이 어려워 퇴직한 근로자 등 취업을 원하지만 전일제 근무의 어려움으로 노동시장을 벗어날 수밖에 없었던 비경제활동인구의 노동시장 복귀가 가능해지게 되었다. 정부는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의 도입을 확대하고 민간 기업의 참여 유도를 위해 인건비 및 컨설팅을 지원하며 지역별로 대규모 채용박람회도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4년 시간선택제 일자리 근로자는 194만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약 10.4%로 전년대비 16만명(9.1%) 증가했다. 또한 고용노동부의 시간선택제 일자리 지원사업의 지원인원은 ‘15년 1분기 기준 4,680명으로 전년 동기(459명)보다 10배 이상 증가했으며, 도입 업체도 대기업, 서비스업, 병원업 중심에서 최근에는 방송분장회사, 사진 스튜디오, 프랜차이즈 등으로 다양화되었다.
2014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동 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75%가 근로자 만족도 제고, 생산성 향상, 피크타임 인력난 해소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동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 청주시 흥덕구 소재 나비솔 한의원에서는 무려 17명의 시간선택제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데, 한의사, 간호조무사, 피부관리사, 병원코디(접수․상담) 등 다양한 직종의 근로자가 각자 적합한 시간을 선택하여 평균 주30시간의 근무를 하고 있다. 업종의 특성상 여성 근로자를 많이 고용해왔는데 출산·육아 문제로 이직률이 높아 인력관리에 어려움이 있었고 피크타임의 일손 부족으로 환자들에게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웠는데,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도입하면서 이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했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두고 정부가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한다고 비판하고, ‘적합 직무 부족’, ‘인력 운영의 어려움’, ‘업무 연속성의 단절’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시각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정부가 질 낮은 일자리를 만들 이유가 없고, 도입 초기인 만큼 일부의 시행착오는 보완할 문제라고 본다. 시간선택제 근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일제와 시간선택제 근무간의 자유로운 이동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금년 1월부터 전환형 시간선택제에 대한 지원을 추가했다. 전환형은 출산·육아기 여성, 학습근로자, 전직·퇴직준비 근로자들이 자신의 상황에 맞게 근무시간을 자유로이 변경할 수 있는 근로형태다. 임금 및 근로 조건, 고용의 질은 전일제와 시간제 모두 유사하기 때문에 이 같은 전환형 시간선택제일자리의 확산은 질적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3.3%에 그쳤다. 저출산 문제, 고령화 사회로의 빠른 진입으로 인해 경제활동가능인구는 갈수록 줄어들며 1인당 부양해야할 노인수도 급격히 증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부담 문제는 ‘고용’만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기업의 효율적 인력운용이 가능한 시간선택제 일자리의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기업은 적합 직무개발 및 전환형 일자리의 보편화를 위한 근로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다양한 유형의 우수사례를 발굴·확산시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시간선택제 일자리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엄주천 고용노동부 청주지청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