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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가 한 해 수십억원의 혈세로 지원하는 민간단체 보조금이 각종 횡령사건 등으로 ‘눈 먼 돈’이 된 지 오래지만, 근절대책은 여전히 탁상공론에 머물고 있다.
부정사용을 막겠다며 보조금 지급사업에 대한 사후평가도 실시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 횡령 단체에 또다시 보조금을 지원한 사례도 적지 않다.
29일 충북도에 따르면 2011년부터 5년간 민간사회단체에 지원한 보조금은 약 60억원에 달한다.
한 해 평균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민간사회단체의 공익사업 활동을 위해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충북도는 보조금심의위원회를 구성, 해마다 단체들의 신청을 받아 보조금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또 해마다 사업이 완료되면 그 목적에 맞게 사용됐는지 여부를 각 부서에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에도 충북도가 지원한 보조금이 공익이 아닌 ‘사익’에 쓰이는 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보조금 횡령이 수 년 간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2009년부터 저탄소 녹색성장 실천운동·고령화 시대 대비 교육사업 등 명목으로 보조금을 지원받아온 대한어머니회 충북연합회는 6400여만원 중 1700여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이 단체 회장 남모(64·여)씨와 전 회장인 이모(70·여)씨는 최근 청주지방법원에서 각각 벌금 300만원과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수년에 걸쳐 보조금 중 일부를 단체 인건비·사무실 운영비 등으로 빼돌렸지만 충북도는 이 같은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매년 보조금을 지원했다.
지난해까지도 한 해 수천만원씩 보조금을 받았지만 횡령사실이 드러나면서 올해 처음으로 보조금 지원이 중단됐다.
이 단체뿐만 아니라 지난 4월에는 교통봉사대 본부장 등이 무려 7년에 걸쳐 지자체 보조금 3억5800만원 중 거의 대부분인 3억5765만원을 횡령한 사실이 경찰 수사로 적발되기도 했다.
서류만 그럴듯하게 갖춘 채로 보조금을 신청하면 손쉽게 지원이 이뤄졌고, 형식적인 사후평가로 수억원의 혈세가 새어나가는 것도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충북도는 관련 조례에서 해마다 보조금 지원사업에 대해 평가하고 그 결과를 다음해 보조금 지원 중단·축소 등으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단체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실제 보조금 지원사업을 꼼꼼히 살펴보고 보조금 횡령·유용 등 정황을 잡아낸 적은 없다.
오히려 수년에 걸쳐 횡령을 해온 이 단체들의 보조금은 해마다 증가했다.
어머니회는 2013년 450만원을 받은 뒤 2014년 지원사업이 2개로 늘어나면서 1150만원의 보조금을 받았고, 교통봉사대는 2013년 1200만원에서 다음해 1500만원으로 보조금이 늘었다.
보조금 지원사업 평가로 문제점을 적발하기는커녕 오히려 혈세만 더 새어나가는 계기가 된 셈이다.
이는 지난해 도비 보조사업 평가 결과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 단체 사무처장이 지자체 보조금 횡령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았던 충북예총의 경우 충북도의 사업평가에서 ‘보통’ 등급을 받았다.
2억3000여만원의 보조금 중 6400여만원을 횡령한데다 보조금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전체 예산의 10%를 자부담금으로 확보해야 하는 규정을 어긴 사실도 수사과정에서 드러났지만 충북도의 평가 결과는 ‘보조금 계속 지원 가능’ 등급으로 나온 것이다.
이처럼 당초 취지와 달리 지자체 보조금을 횡령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충북도의 예방시스템은 허울뿐인 상태여서 전면적인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개정된 ‘충청북도 지방보조금 관리조례’에 따라 횡령·유용 사실 등이 드러난 단체는 5년의 범위 내에서 보조금 교부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을 뒀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제까지 첩보·내부고발 등으로 수사기관에서 적발하기 전에 충북도가 먼저 인지해 고발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가 커질 대로 커지고 나서야 사후약방문식 처방을 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보조금 지원사업에 대한 사전 심의와 평가방식을 전면적으로 개선, 혈세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충북도 관계자는 “해마다 관련 부서와 예산부서에서 2중으로 평가를 하고 있지만, 서류상으로 횡령사실을 적발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보조금 지원 중단 등 페널티가 가해지면 민간단체의 존립 기반이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단체 스스로 자정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