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순 칼럼] 더디게 찾아온 봄이 자유하는 솔방죽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이숙현 기자 | 입력 : 2017/03/28 [19:42]
 | | ▲ 박정순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
주말에 시작된 봄비가 가랑거리더니 부숭부숭하던 대지가 조금은 눅눅해졌다. 비라고는 하나 겨우 먼지잼 정도이니 봄 하늘을 장악한 미세먼지를 후려내지는 못할 모양이다. 이런 날 솔방죽생태공원을 산책하노라면 조밀한 덤불에 맺혀 있던 물방울이 툭툭 투 둑 떨어져 내리는 소리도 영롱한 음악으로 다가온다. 거기 조잘거리는 텃새들이 협연하는 하모니는 짜르르 묵은 감성을 끌어내기 충분하다. 따사로운 햇살 바람을 타고 해발고도 287.5m의 솔방죽에도 더디게 당도한 봄이 드디어 자유를 누리고 있다. 나지막한 잔디탐방로를 걸어보면 개나리, 조팝나무, 버드나무들이 빈가지 끝으로 푸릇푸릇 돋아난 새움이 성성하다. 구절초군락에는 마치 자로 잰 듯 여린 새순이 일제히 고개를 내밀고 강한 향내로 존재감을 과시한다. 둔덕진 맨흙의 야생초화원에 푸릇푸릇 눈길을 끄는 녀석들은 꽃다지, 제비꽃, 냉이, 뽀리뱅이, 망초, 점나도나물 등 생명이 꼬물거린다.  | | ▲ 벼룩이자리 |
 | | ▲ 꽃다지 |
농사철이 오면 흔히 잡초라고 푸대접을 받는 녀석들이지만 이맘때는 모두 맨땅을 초록으로 뒤덮는 초지의 효자노릇을 하며 숲의 시작점이 되어준다. 또한 여리디 여린 그 풀꽃들이 사람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몸을 낮추어야 비로소 희끄무레한 맨땅의 점령자인 그들과 눈인사를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사실 일 이년생 초본류들은 이른 봄철이야 말로 그들의 세상이다. 여름이 오면 더 키가 크고 잎이 넓은 화려한 식물에 자리를 내어주고 생을 마치거나 다음 생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니 말이다.  | | ▲ 소리쟁이 |
 | | ▲ 꽃마리 |
하지만 이런 식물은 대체로 로제트(뿌리잎이 땅위에 퍼져 무더기로 나는 모양)잎으로 강인하게 겨울을 나기 때문에 신선한 영양소가 풍부해서 ‘아무거나 뜯어 먹어도 약이 된다.’는 옛말이 있다. 이맘때면 봄나물에는 기운을 살리고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해 줄 수 있는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말씀이니 잡초라고 함부로 얕잡아 볼일이 아니다. 우리 민족이 봄나물을 즐겨 먹게된 시기는 고려시대(광종,문종,예종)에 도살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생선을 잡는 어구까지 불태운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추수기 전 새순이 돋는 산으로 먹을 것을 찾아 나서게 되면서 봄나물을 즐겨먹게 되었다는 설이 있다.  | | ▲ 미선나무 |
 | | ▲ 꿩의 비름 |
생태공원에는 학습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식물들이 많이 식재되어 있다. 특히 솔방죽생태공원에 고본 같은 약초들을 심기도 했고, 몇 해 전부터 시민들이 미선나무, 쥐방울덩굴 등 희귀식물을 심어 관리하고 있다. 고본은 이미 오래전에 흔적도 없어졌지만 시민의 기부로 심겨진 미선나무의 개체가 훅훅 줄어 놀랐을 때 누군가 몰래 가져간다는 제보로 허망함을 느끼기도 했었다. 다시 봄이 자유를 누리는 솔방죽에서 한해의 풍성한 생물자원의 가치를 기대한다. 올해부터는 모두가 웃으며 자원 보전운동을 함께 일궈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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