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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순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
문화회관 정원에 산수유가 노란 폭죽을 터뜨리고 꽤나 오래 시간이 걸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하루하루 솔방죽도 봄빛이 완연하다. 안보이던 풀꽃들도 환하게 반겨준다. 어느새 할미꽃, 제비꽃, 돌단풍도 꽃을 피우고 부지런한 청개구리도 일광욕에 취해있다.
이제나 저제나 솔방죽생태공원을 드나들며 꽃망울 터지기를 기다린 보람이 있다. 며칠 전 청풍호 벚꽃보다 먼저 미선나무가 만개하였다. 향기가 좋은 것은 알았지만 막상 꽃에 코를 가져가다가 연한 꽃빛이 무색하게 풍겨 나오는 아찔한 꽃향기에 새삼스레 감동했다.
산수유, 생강나무, 목련, 개나리, 히어리, 영춘화, 살구꽃, 벚꽃도 그렇고 이렇게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모두 잎보다 꽃망울을 먼저 터뜨린다. 미선나무가 그런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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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선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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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나리 |
미선나무는 세계 1종 1속의 우리나라에만 사는 특산식물로 멸종위기종 희귀식물이라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종이 아니니 특별히 애호가들이 많다. 미선나무는 물푸레나무과 낙엽활엽 관목이라 키는 약 1m가량 될까 말까하고 가늘고 비비 꼬인 회초리 같은 줄기나무다. 하트를 닮은 씨앗은 왕실에서 사용했던 부채모양으로 표현된다. 부채 닮은 그 씨앗 때문에 미선나무라는 이름을 얻었다. 꽃은 3월이나 4월초쯤에 피어나고 9월경 부채모양의 열매를 맺는다.
흔히 개나리와 비교되는데, 꽃잎이 4장인 것과 나뭇잎이 돋기 전에 꽃을 피우는 것도 모두 같다. 하지만 노란 꽃을 피우는 개나리보다 약 1주 일 쯤 먼저 꽃을 피우며 황홀한 꽃향기가 나고 꽃은 흰색이다. 아무리 봐도 솔방죽의 토질이 문제인지 빈약한 나뭇가지만 보면 휑하니 볼품도 없다. 하지만 빈가지에 매달린 해묵은 씨앗과 함께 회초리 같은 나뭇가지에 총상차례로 빼곡히 피어난 꽃을 바라보면 그저 경건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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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방죽에서 할미꽃을 보고 있는 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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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비꽃 |
솔방죽생태공원에는 있는 미선나무는 2013년 지구의 날을 맞아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회장이 취임을 기념하여 거창한 취임식을 거절하고 100여주를 기증해 심게 된 것이 시초다. 크고 작은 기관단체에서 기관장 취임식이 화려하게 열리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같은 비용을 사용하더라도 도시를 푸르게 하는 나무를 심고 녹지를 만드는 일은 가뜩이나 미세먼지로 시골구석까지 맑은 하늘이 귀한 시대에 더욱 확산되어야 하는 모범사례임에 틀림없다.
여하튼 그때 귀한 식물을 식재하였노라고 너무 심하게 홍보한 까닭인가? 어찌된 일인지 활착에 성공하지 못한 녀석들도 많고 사랑받는 만큼 누군가는 몰래 뽑아가 버린 탓에 이듬해 거듭 50여주를 보식하였으나 지금도 절반도 안 되는 수가 듬성듬성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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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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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들레 |
미선나무는 괴산3개 지역, 영동, 부안 등지에만 자생하여 자생지 5곳이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되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자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하고 있어 현재까지 종의 거래도 잘 이루어지는 편이지만, 요 몇 해 사이 환경부에서는 종 자체를 멸종위기 야생식물2급으로 지정하였다. 반면 북한에서는 종 자체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미선나무는 가지를 휘어 흙으로 덮으면 뿌리가 내리는 휘묻이 무성생식법에 의해서도 잘 번식하고 꺾꽂이로도 쉽게 번식하여 대량증식이 가능한 나무다. 하지만 미선나무 자생지가 크게 확장되지 않는 이유는 뭘까? 기온? 토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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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 특산종 히어리 |
미선나무가 인근 충주지역보다 올해 일주일이상 늦게 꽃잎을 열었다. 충주보다 평균 2~3도 낮은 제천의 기온이 생태에도 확연한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솔방죽의 미선나무군락지 가운데 용케도 노란 꽃을 피워낸 ‘히어리’ 역시 우리나라 희귀 특산나무다. 누가 붙여주었는지 히어리의 꽃말은 ‘봄의 노래’고, 미선나무 꽃말은 ‘모든 슬픔이 사라진다’이니 꽃향기에 코를 내어주지 않아도 그 앞에 서면 잠시나마 훌훌 잡생각이 사라지는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