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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정순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
마치 자연의 붓끝이 휘휘 밑그림에 채색을 하듯이 산천이 삽시간에 초록빛으로 물들어 버렸다. 간간히 산능성이로 일렁이는 연분홍 꽃바람은 산벚나무 꽃무리일터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자연은 어디를 가든지 벌름벌름 눈과 코와 귀가 자연이 쏟아내는 충만한 에너지에 동화되어준다. 솔방죽생태공원에 들어서니 촘촘한 비비추군락의 잎사귀들 사이로 햇살이 쨍하게 파고들어 꽃보다 더 화려한 초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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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 솔방죽생태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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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비추 군락의 꽃보다 초록 |
마침 흰뺨검둥오리 가족이 먹이사냥에 황급한 자맥질로 푸덕이고 해묵은 갈색 수초들 사이로 종종걸음을 치는 쇠물닭이 외가리와 먹이 경쟁이 분주하고 노랑턱멧새조차 수풀사이를 수놓듯이 “ 삣삐리리 재재재재 ” 소리를 들려준다. 솔방죽생태공원에 오신 귀한 손님에게 건네는 환영인사인 듯 그저 고맙고 아름답다. 사실 어제 25일부터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 한국사무국(KBIF)에서 2017년 국가생물다양성기관연합의 총회와 워크숍을 별새꽃돌과학관에서 개최하고 둘째 날인 26일 솔방죽까지 방문하였으니 가히 기록적인 손님들인 걸 알아본 걸까?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는 2000년 OECD에서 승인되어 현재94개 국가 및 국제기구가 7.12억 건의 세계생물다양성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한국은 2001년 정회원 국가로 참여하여 미래부가 정부대표이며, 국립중앙과학관(관장 양성광)이 한국사무국을 담당하고 있다. 과학관, 자연사박물관, 대학, 민간박물관 및 연구소 등 총52개로 구성된 국가생물다양성기관연합은 국내의 생물다양성 정보를 발굴하고 체계적인 관리와 활용을 위해 독도를 포함한 전국10개 권역에 대한 장기적 모니터링 및 국가생물상 공동학술조사를 매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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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개한 돌단풍군락 |
다른 일정도 뒤로하고 손님들을 솔방죽생태공원에 초대한 보람이 있다. 다름 아닌 5월22일 생물종다양성보존의 날에 국립중앙과학관이 주관하여 각 영역의 전문가들과 함께 솔방죽생태공원의 생물모니터링을 실시하기로 약속해 준 것이다. 한 지역의 전문가생태모니터링은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백운기 국립중앙과학관 박사의 솔방죽생물종모니터링 제안은 생각지도 못한 큰 선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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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세히 보아야 예쁜 논냉이꽃 |
1872년 조선시대 고종9년경 축조된 솔방죽은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제안에 따라 2006년 충북최초 습지생태공원으로 조성되었다. 이후 서너 차례 전문모니터링을 실시하여 꽃창포를 포함한 식물류300여종, 왕은점표범나비를 비롯한 곤충류90여종, 대륙송사리 등 어류18종과 일부 파충류가 조사된바 있다. 그 외에는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민간영역에서 학생 및 시민들과 자원봉사활동으로 대륙송사리와 버들붕어, 쥐방울덩굴과 꼬리명주나비, 사향제비나비 복원활동을 전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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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늘진 맨땅에 솟아난 곰보버섯 |
총면적이 약1만여 평에 지나지 않는 솔방죽생태공원은 용두산이 북쪽으로 멀리 바라보이는 청전벌판 가운데 놓여 생물종다양성 측면에서는 고립과 단절이라는 한계를 지닌 공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공원조성 10여년이 흐르면서 시민들에게 제공되는 생태적 감수성과 자연이 보여주는 배려심의 가치는 어떻게 환산해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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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천 솔방죽생태공원 |
도심 속에 생물 서식공간의 중요성을 입증이라도 하듯 이날 솔방죽생태공원 뚝방길을 따라 해설을 진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고라니 한 마리가 어디서 나타나 모두를 놀라게 했다. 뚝방길에 길게 늘어선 방문객들은 진돗개만 한 고라니가 벌건 대낮에 논바닥으로 겅중거리며 달아나는 모습에 일제히 멈춰 섰다. 가끔 고라니 똥이 발견되기도 했지만 직접 목격하기는 또 처음이라 도심 속 생물서식공간이 새삼 소중하게 느껴져 우리는 고라니가 시야에서 사라지고 나서야 걸음을 떼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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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솔방죽을 방문한 국가생물다양성기관 전문가들 |
생태공원 조성도 중요하지만 지속적으로 공원의 서식생물종을 확인하고 종의 보존과 관리를 통한 체계적인 생물종 자료구축이 지역의 생태자산에 매우 중요한 덕목이라고 주장해본다. 생태공원을 포함한 비오톱은 식물, 동물, 미생물이 상호 의존해서 살고 있는 자연 서식처를 말한다. 특히 논이나 호수 강둑, 산림 같은 면적 하나가 사라지면 근처에 비슷한 자연서시처가 없을 경우 그곳에 살고 있는 철새를 포함한 모든 동식물들이 소멸되어 버릴 수 있다.
결국 나무 한그루는 그 나무가 어디에 살든 그 나무에서만 살고 있는 수백 종에 이르는 곤충들의 집일 수 있으니 눈으로 당장 드러나지 않는 생태공원의 생물종하나가 지닌 경제적 가치는 우리 미래자산의 가치가 되는 것이다. 그곳에서 무엇이 나타나고 무엇이 사라지는지.... 유의미한 공간의 지속적이고 주기적인 생물종조사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솔방죽생태공원의 생물모니터링 계획이 세워지고 나니 선물 같은 5월을 설레며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