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순 칼럼] 왜 이러시는 겁니까? 도둑놈 도둑님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이숙현 기자 | 기사입력 2017/06/12 [16:25]

[박정순 칼럼] 왜 이러시는 겁니까? 도둑놈 도둑님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이숙현 기자 | 입력 : 2017/06/12 [16:25]
박정순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jpg
▲ 박정순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물고기도 드시고 그물도 드신 건가요?"

종조사를 위해 설치했던 그물과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몽땅 걷어 가신 어이없는 도둑님에게 묻는 질문이다.
 
제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2박 3일간 국가생물다양성기관연합에 의뢰하여 제천의 솔방죽생태공원과 의림지의 자연자원의 조사를 실시했다.


국가생물다양서기관연합은 미래창조과학부 국립중앙과학관이 주도한다. 국가생물종다양성기관연합에서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고 10년을 주기로 식물, 곤충, 해양생물, 담수어류, 균류, 미생물, 지질, 지형, 화석, 고생물, 양서·파충류, 대형 포유류 등 분류군별 생물상변화를 조사해 오고 있다. 

제천조사는 봄가을 2회를 실시할 계획이며 곤충, 어류, 조류, 식물에 대한 관련분야 전문가들이 대거 공동조사에 참여했다. 육상에서 발견되는 개체들은 전문가들이 발품을 팔아 동정·기록하고, 곤충류나 조류들은 야간조사까지 진행되었다. 이 가운데 가장 복잡해 보이는 것이 수중생물자원 조사였다. 수중생태조사는 역시 그물을 설치하거나 투망, 족대 등 거추장스러운 도구들을 사용해야 하고 더위에도 장화, 옷까지 착용하는 등 안전장구가 필요 했다. 의림지 같은 넓은 개활지에서는 일정 면적만큼 그물을 연결하고 24시간 또는 18시간 정도 경과되어야 서식개체를 어느 정도 조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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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방죽생태공원
종합결과는 가을에 2차 조사까지 마무리 된 후 발표하겠지만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의 생태조사가 처음인지라 제천 지역 생물자원현황이 너무도 궁금하다. 특히 관심이 많았던 것이 의림지 수중생태는 어느 정도 안녕하신지였다. 수중생태계 폭군인 배스와 블루길만이 가득한 것인가? 다행히 그렇지는 않았다. 국립중앙과학관 한정호 박사는 의림지에서 20여 종의 어류가 발견되었다고 하면서 완성되지 않는 메모장을 보여주었다. 민물검정망둑, 돌고기, 열룩동사리, 미꾸리, 미꾸라지, 몰개, 피라미, 잉어, 밀어, 버들치, 동사리, 누치, 참마자, 메기, 블루길, 배스, 붉은귀거북 등 제법 여러 종이 기록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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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중생물자원 조사중인 국가생물종다양성기관연합팀
도난 사고는 솔방죽생태공원 조사에서 벌어졌다. 5월 23일부터 그물설치, 곤충조사, 식생조사, 조류조사를 하고 다음날인 24일 오전 9시 어종조사 결과를 확인하려고 솔방죽을 방문했을 때는 아뿔싸, 2개의 그물은 흔적 없이 사라진 뒤였다. 어이없고 낯 뜨거운 도난이었다. 이 어망은 국가기관에서 생물조사를 위해 설치하였으니 이동이나 훼손을 하지 말라는 부탁의 말씀과 국가기관 대표연구자가 적힌 표지판도 무색하게 던져져 있었다. 

사실 전문생물모니터링 프로젝트는 수 천 만원이 소요되기도 하는데 제천 솔방죽생태공원과 의림지 생물자원조사는 국가생물기관연합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결국 전문조사단은 다른 일정 때문에 그물과 어종조사 결과를 도둑맞은 채 자리를 뜨게 되었다. 물론 2차 조사를 기대해 보겠지만 부끄럽고 실망스러운 결과에 경찰신고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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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생물종다양성기관연합팀
경찰에서는 솔방죽생태공원의 CCTV를 확인하고 생물조사를 위해 설치된 물고기 그물을 철거하여 물고기까지 가지고 나가는 차량과 범인들이 포착되었다고 전해왔다. 하지만 3주째가 되어가는 데도 범인을 검거했다는 소식은 없다. 탐문과 조사과정에서 범인들은 한글을 모르는 외국인 노동자 등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결과는 없으니 답답하다. 
 
과연 솔방죽생태공원의 수중생태는 의림지보다 다양성을 유지하고 있을까? 
물고기를 훔쳐간 사람은 어떤 처벌을 받을까? 만약 어망에 멸종위기종이나 보호종이 있었다면 단순절도범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것이다. 멸종 위기종 보호법에서는 허가받지 않는 포획, 감금, 상거래 및 멸종 위기종이나 위험한 여태생물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위반하면 당연히 처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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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생물종다양성기관연합팀
물고기 도둑님과 무관하게 지금은 바야흐로 ‘나고야의정서’에 의한 생물자원 주권시대가 도래하였다. 이전까지는 우리산하가 품고 있는 생물자원의 가치에 관해 별반 관심이 없었지만 나고야의정서에 의하여 국제사회 산업계는 관심 초집중이다. 

나고야의정서는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채택된 국제협약을 말한다. 국제사회는 이제 생물유전자원 확보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나고야 의정서는 생물 유전자원을 활용해 얻은 이익을 해당 자원 제공국과 공유해야 한다는 국제 협약으로 특정 국가의 생물자원을 수입할 때 원료비에 로열티까지 내야한다. 그러니 국가별 특유의 생물자원은 특정한 재산권이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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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생물종다양성기관연합팀
우리나라는 올해 1월 나고야의정서 국내 이행법률인 유전자원법이 제정·공포됐고 비준동의안이 3월 국회를 통과해 향후 제도 운영에 이해 당사자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의약품, 농업제품, 식품, 원예, 화장품 등을 포함한 전 세계 생물자원의 시장가치는 851조 2760억원 규모로 추정하면서 의약품의 경우 611조 1378억 원의 시장가치가 창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고유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국가경쟁력이 되었다. 한 지역에 어떤 가치와 성분과 내력을 지닌 생물자원이 분포되어 있는지 생물모니터링은 매우 중요해졌다. 앞으로도 생물유전자원을 발굴하고 면밀하게 정보들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지역과 국가의 경쟁력을 만드는 일에 관심과 노력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아울러 이런 생물종조사가 체계화된다면 이제는 특정지역에 대하여 어떤 생물종 보유지역이며 얼마의 시장가치를 지닌 지역이라는 닉네임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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